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가 고립상태에 빠지면서 농성사태가 막다른 길로 접어들고 있다. 정규직 노조 및 금속노조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사측은 다시 우회생산을 시작하고 경찰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세부 진입 계획을 세우는 등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사내하청 노조)는 8일 울산1공장 점거농성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현대차 노사 특별협의체 구성을 거부했다. 정규직 노조와 사측이 지난 7일 비정규직 노조의 점거농성 해제와 함께 정규직ㆍ비정규직ㆍ사내하청업체ㆍ사측이 참여하는 4자 혹은 금속노조까지 포함하는 5자 협의를 거부한 것이다.
비정규직 노조의 이상수 지회장과 쟁대위가 구성안을 수락했으나 농성장에 있는 일부 조합원들이 반발해 특별협의체 구성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이날 전체 조합원 4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비정규직 투쟁 지원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결과는 9일 오후께 나올 예정이다.
정규직 노조원들 사이에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급여 하락 등 기득권 저하를 우려하는 정서가 형성돼 있다. 또 비정규직 노조의 불법 장기 점거농성파업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강하다. 이에 따라 파업 찬반투표에서 부결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부결된다면 정규직 노조는 더 이상 비정규직 노조의 공장 점거파업 투쟁을 지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비정규직 노조는 '고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노동계 분석이다.
정규직 노조의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 노조 점거농성장을 사수하던 정규직 노조원을 모두 철수시켰다"며 "국회의원들이 권고안을 냈고 정규직 노조도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착찹한 심경을 밝혔다.
현대차는 울산1공장의 생산라인을 이날 재가동했다. 비정규직 노조가 장악하고 있는 곳을 우회해 최종 품질관리 공정에서 수작업으로 유리를 장착하는 방법으로 생산라인 가동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피해규모가 3,000억원을 넘어섰다"며 "전체 생산물량의 90% 이상을 수출하는 클릭ㆍ베르나의 물량확보에 비상이 걸려 더 이상 협상진척을 기다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공권력 투입에 대비하고 있다. 울산 동부경찰서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점거농성을 주도해 차량 생산을 방해하는 혐의(업무방해 등)로 현대차 사내하청(비정규직) 노조 집행부 박모(39)씨 등 10명에 대해 이날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1일 파업 주동자 6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전담팀을 편성해 검거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이번에 추가된 10명에 대해서도 영장이 발부되면 검거활동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