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NSA가 세계 주요 인터넷 검색 서비스 업체인 구글과 야후의 서버에 몰래 침입해 매일 수백만건의 정보를 인출한 정황이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WP는 이번 감청사건의 최초 폭로자인 에드워드 스노든과 정부 소식통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이 입수한 1월9일자 기밀문건에 따르면 NSA는 직전 30일 동안 구글과 야후의 클라우드 데이터 서버에 몰래 침입해 총 1억8,128만466건의 정보를 입수했다. NSA가 빼낸 정보에는 e메일 발신 및 수신 여부를 알려주는 목록 형태의 '메타데이터'는 물론 글ㆍ영상ㆍ음성 등 세부사항도 포함돼 있다. 이 프로젝트는 '머스큘러(MUSCULAR)'로 명명됐으며 영국 정보통신본부(GCHQ)도 함께 참여해 실행됐다.
앞서 구글과 페이스북이 법원의 결정에 따라 NSA에 정보 일부를 제공했다고 시인한 것과는 별도로 NSA가 기업 내부망에 사전동의 없이 접근, 데이터 흐름을 통째로 복사한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이는 "NSA가 전세계 인터넷서버를 안방 드나들듯 출입하고 있다"는 지난 7월 말 영국 가디언의 보도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가운데 미 기업들이 NSA의 정보수집에 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했다는 폭로도 나오고 있다. 30일 독일 주간지 슈테른은 최소 90여개의 미국 기업이 독일에서 미 정부기관의 정보수집을 부분적으로 도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도청된 통신내용을 분석, 분류해 정보기관에 전달하거나 보안 서비스를 유지ㆍ보수하는 작업 등에 참여했다. 특히 이 중 30개 기업은 NSA와 미 중앙정보국(CIA), 미군 정보기관 등을 위해 보다 직접적인 스파이 업무에 협조했다고 슈테른은 전했다.
이 같은 도청 파문은 미국 기업의 해외진출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3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통신기업 보다폰을 인수하려는 미 AT&T의 계획이 정보유출 가능성을 우려하는 유럽연합(EU) 내의 기류에 부딪혀 표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EU 및 독일 정부 관계자들은 "미 통신기업 AT&T가 유럽 기업에 대한 M&A를 시도한다면 강도 높은 정밀조사가 불가피할 것"이라며 "유럽 내 각종 정보가 유럽을 떠나 미 정보기관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 기업의 EU 시장 진출에 부정적이었던 EU 지도자들이 감청 파문을 빌미로 앞다퉈 부정적 시각을 표출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WSJ는 "유럽 내부의 분노 기류로 미국 기업이 조기에 M&A를 이뤄낼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며 "(AT&T로서는) 시기상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