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경우 의대 등 이과계열의 최상위권 인기학과도 문과 수학을 요구하기 때문에 그동안 수리 가(이과수학)를 선택하지 않아 일부 교차지원 허용 의대 이외에 지원할 수 없었던 외고생이 의대에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게 된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문ㆍ이과를 구분하지 않고 수학을 문과 수준으로 내면 외고 학생이 얼마든지 의대나 자연대를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외고가 지금보다 더 입시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대로 문ㆍ이과 융합안이 채택될지는 미지수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문ㆍ이과 구분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문ㆍ이과 구분이) 우리나라 고등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라면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공론화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이어 "국민들의 관심이 큰 수능체제를 변화시키는 부분이기 때문에 깊이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면 추후에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ㆍ이과 구분 일부 또는 전면 폐지안이 채택될 경우 50년 만에 문ㆍ이과 장벽이 허물어지게 된다. 문ㆍ이과는 1963년 2차 교육과정 때 도입된 제도다. 교육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문ㆍ이과를 폐지하는 데 대해서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문ㆍ이과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이사는 "요즘 세계적인 추세는 융ㆍ복합 인재 양성이고 어차피 교육과정에도 문ㆍ이과 구분은 없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문ㆍ이과 폐지가 옳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문ㆍ이과 폐지가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은 제시하고 있다. 교육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교육부는 시안을 확정할 때 좀처럼 하나의 안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왔다"며 "이런 입장 발표가 나왔다는 것은 교육부도 현행 안이 유지될 것으로 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적으로 봐도 대만 등 일부 국가에서만 문ㆍ이과를 채택하고 있을 뿐 다른 국가는 문ㆍ이과 자체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