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폰해킹 파문… 불명예 폐간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제임스 머독이 보유한 168년 역사의 주간지가 스캔들 파문에 휘말려 결국 문을 닫게 됐다. 업계에서는 머독이 신문 폐간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린 것에 대해 자칫 신사업 추진에 불똥이 떨어질까 우려한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그의 정치적 기반도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최대의 일요신문 뉴스오브더월드(NoW)의 소유주인 제임스 머독은 이날 200여명의 직원들에게 취재과정에서 발생한 광범위한 폰해킹 사건은 “반인류적인 행위”였으며 “잘못된 행위로 인해 신문의 가치가 훼손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해 오는 10일자를 마지막으로 NoW를 폐간하기로 결정했다고 선언했다. 지난 5년간 폰해킹과 관련하여 영국 경찰의 조사를 받아온 NoW는 그동안 사설탐정 글렌 멀케어를 고용해 배우 휴 그랜트, 기네스 펠트로, 리스 존슨 런던 시장 등을 포함한 영국의 유명인사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폰해킹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가디언은 그 피해자가 4,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같은 불법적인 취재활동이 속속 드러나자 대형 광고주들은 잇따라 광고 게재를 철회하는 등 직격탄을 날렸으며 머독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오던 BSkyB의 인수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돼 왔다. 특히 최근 2002년에 실종됐다 숨진 것으로 밝혀진 멀리 다울러양(당시 13세)의 휴대전화까지 해킹한 것으로 드러나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으며, 이라크ㆍ아프가니스탄 참전 전사자와 2005년 7월 7일에 발생한 런던 폭탄테러사건의 희생자 가족들의 휴대폰까지 해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은 런던경찰국의 조사와 통신회사들이 자체조사 결과 밝혀낸 자료를 인용해 지금까지 드러난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살펴보면 피해자들은 언론인, 경찰, 정부관리, 정치인, 운동 선수, 배우, 법률가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발견되었으며 이들 피해자들은 2006년과 2009년에도 경찰로부터 NoW의 폰해킹에 대한 경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NoW가 취재윤리를 어겨가면서까지 폰해킹을 시도한 것은 기자들의 과도한 취재경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국에서는 보통 신문의 2분의 1크기로 제작되는 신문을 뜻하는 ‘타블로이드’라는 말의 의미가 ‘자극적인 내용을 다루는 신문’이라는 의미로 통할 정도로 이들 신문들은 성, 범죄 등을 소재로 한 자극적인 내용들을 주로 다뤄왔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은 과도한 취재경쟁을 벌였으며 이로 인한 취재윤리 문제, 사생활 침해 등의 문제가 만연해 있는 상황이다. 실제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는 타블로이드 신문에 특종을 제공하려던 파파라치의 추격을 뿌리치려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또 웨인 루니와 같은 영국 프로축구리그 프리미어리그의 스타들의 사생활이 타블로이드지에 노출돼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흔하다. 결국 이러한 과열경쟁이 NoW가 수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의 폰을 해킹하게 만들었으며 15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던 신문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만들었다. 한편 260만부를 발행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일요신문으로 알려져 있는 뉴스오브더월드는 1969년 현 소유주인 제임스 머독의 아버지이자 ‘미디어 황제’로 불리는 루퍼트 머독이 처음으로 인수한 영국 언론사이며 이후 아들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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