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노년의 사랑… 죽음에서 찾은 희망… 겨울 극장가 녹이다

휴먼 다큐 흥행 바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개봉 2주만에 35만명 돌파

제 2의 워낭소리 될까 관심

'목숨'… '옥한흠'도 관객몰이

독립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독립 다큐멘터리 ''목숨''의 한 장면.

따뜻한 눈물이 겨울 추위마저도 녹인 걸까.

겨울 극장가,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로 꼽히는 독립 다큐멘터리의 인기가 뜨겁다. 독립 다큐멘터리의 성공 기준으로 꼽히는 '관객 2만명' 선을 넘은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년의 사랑을 다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경우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 수 35만명을 돌파하며 제2의 워낭소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11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휴먼 다큐멘터리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개봉 14일째인 이날 누적 관객 수 35만 4,511명을 기록했다. 영화는 개봉 7일째에 관객 10만명을 돌파했고, 11일째에 20만명을 넘어섰다. 한국 독립영화사상 최단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셈이다. 본격적인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영화는 지난 10일 하루에만 4만 9,325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일일 흥행실적에서 영화 '인터스텔라'를 제치고 2위에 오르는 이변을 낳기도 했다. 개봉 당시 전국 186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던 영화는 이 같은 흥행 열기에 힘입어 상영관 수를 387개까지 늘렸다.


76년째 연인처럼 살아온 98세 조병만 할아버지와 89세 강계열 할머니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영화는 두 사람의 마지막 1년 4개월을 담아냈다. 채소를 씻는 할머니 옆으로 돌을 던져 물이 튀게 하는 장난을 치다가도 늦은 밤 화장실이 무섭다는 할머니를 위해 노래를 불러주는 할아버지의 로맨틱한 모습은 관객들을 미소 짓게 하고, 추운 겨울을 넘기지 못하고 결국 긴 잠에 빠진 할아버지의 곁을 지키는 할머니의 고요한 흐느낌은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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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암 환자들이 생의 끝을 기다리는 '호스피스' 병동. 그 곳을 찾은 사람들과 그들의 마지막 시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목숨'도 개봉 1주일 만에 2만 1,444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흥행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다큐멘터리가 담고 있는 주제가 '죽음'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은 아니다. 실제 현실의 죽음을 날 것으로 보여주는 영상 앞에서 동요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작품 초반에는 그래도 생기가 넘쳤던 환자들이 시간이 흐르며 눈에 띄게 쇠약해져 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것도 견디기 힘든 경험이다. 그러나 영화는 '예고된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넘어 삶의 의미를 밝히는 가장 빛나는 순간을 포착해낸다. 한 때는 '내게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라고 생각하며 분노하기도 했던 환자들은 "내게서 큰 것을 빼앗아 갔지만 그에 못지 않은 더 큰 것을 줬다"는 수용의 단계로 접어든다.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두렵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좋은 모습만 남기고 싶다'며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그 모습은 남은 자들에게도 큰 용기를 준다.

20여 개 남짓한 스크린 수를 확보했을 뿐이지만 꾸준한 입소문으로 관객 수를 늘려가고 있는 종교 다큐멘터리 두 편도 눈에 띈다.

'사랑의 교회'를 창립한 고(故) 옥한흠 목사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제자, 옥한흠'은 개봉 한달 여만인 지난달 27일 4만 관객의 고지를 넘어섰다. 영화는 옥한흠 목사의 육성 메시지뿐 아니라 그의 가족, 그와 함께 했던 종교 지도자들, 그를 기억하는 평신도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시선에서 꾸밈없이 담아낸다. 나병환자의 보금자리인 애양원을 운영하며 환자들의 피고름을 직접 입으로 빨아주는 등의 사랑을 실천하다 결국 한국전쟁의 포화해 휘말려 순교한 고(故)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그 사람, 그 사랑, 그 세상' 역시 1만4,86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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