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 세상] 공자는 귀족보다 더 귀족적이었다

■ 논어, 세번 찢다 (리링 지음, 글항아리 펴냄)


베이징대 중문과 교수인 저자 리링 교수는 2006년에 발생해 몇 년간 지속되며 '문화적 사건'으로 기록된 상가구(喪家拘ㆍ집 잃은 개)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공자를 "집 잃은 개"에 비유해 '논어'의 주요 대목을 기존 학설과 다르게 해석한 이 주장은 정통 유가학계의 반발을 불러왔다. 저자는 "'상가구'는 결코 공자를 비판한 책이 아니며 오히려 고고학ㆍ고문헌학 등을 바탕으로 공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려 애쓴 책"이라며 "성인의 이미지를 벗겨야 진짜 공자가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공자의 원래 뜻과는 달리 성전(聖典)화된 '논어'를 해체하고 오늘날의 시각에서 그 고의(古意)를 음미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논어를 '세 번' 찢었다. 첫째는 인물에 따른 계보이며, 둘째는 철학적으로 굳어버린 사상, 마지막은 논어의 통념에 담긴 허위성이다. 논어 해체의 첫 걸음인 '인물'편은 공자라는 역사적 인물의 내력부터 논어에 등장하는 관련 인물에 대한 계보를 재구성하고 있다. 스승 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를 기록한 책이기에 '논어'에 등장하는 인물은 156명이나 된다. '한담'을 기록한 책이니 꼭 경전으로 볼 일은 아니다. 등장인물이 많으니 그들의 배경을 알아야 하고 심리적 분석도 필요하다. 저자는 공자 문하의 제자들과 당시 정치가ㆍ은자들의 면모를 시대순으로 종(從)으로 읽어내려 고증하면서 기존의 잘못 알려진 내용과 왜곡된 이미지가 무엇인지 따져 묻는다. 그런 다음 저자는 '사상'을 찢는다. 공자의 기본 세계관과 개인적 배경을 통해 그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준을 보여준다. 예를 들면 공자의 인물품평 기준이 있다. 공자는 인물을 품평할 때 도덕과 지적 능력으로 나눴는데 도덕에 따라서는 성인ㆍ인자ㆍ군자ㆍ소인으로, 지적 능력에 따라서는 가장 지혜로운 사람(上智)ㆍ중간 정도 지혜의 사람(中人)ㆍ가장 어리석은 사람(下愚)으로 나눴다. 저자는 이를 다시 세분해 14가지로 살피며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는 데 비해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고 풀이했다. 특히 그는 공자의 계급적 입장과 역사관에 주목했는데 "공자의 사상은 귀족 중심적"이었다는 점과 당대의 귀족이 아니라 앞선 세대를 살았던, 법도를 갖추고 예의를 알았던 귀족들의 삶을 부러워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공자가 출신을 중시하지 않고 노동인민만을 인정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사실상 진정으로 공자를 이해한다면 그가 귀족들보다 더 귀족적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224쪽) 제3부에 해당하는 '성전으로서의 이미지 찢기'는 공자가 성인으로 추앙받게 된 역사적 과정과 함께 '상가구 논쟁'에 대한 해명이 담겼다. 책의 마지막 장인 '논어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에서는 공자의 가치에 대해 ▦학식이 깊은 사람 ▦뛰어난 사회평론가 ▦백가쟁명의 시대를 연 인물이었다고 정리한다. 이 책은 총 4권으로 기획된 '리링 저작선'의 첫 책으로 내년까지 '병이사립-나의 손자 읽기', '상가구', '유일한 규칙'이 출간될 예정이다. 2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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