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기업 경영파일] 대우증권 (상) 위탁매매에 집중 '증권 종가' 재건고강도 구조조정이어 가장 잘하는 분야 '올인' '브로커리지' 시장서 3년만에 1위 탈환 성과수익 극대화로 신용등급 7년만에 13단계 껑충 박현욱 기자 hwpark@sed.co.kr 『 성공과 좌절, 그리고 재도약. 수없이 많은 시련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기업들에겐 남다른 불굴의 노력과 전략이 숨어있다. 좌절 위기를 딛고 새롭게 도약하는 기업들의 위기극복 과정과 성공전략을 소개한다.』 2001년 대우증권 양재동지점의 예병규 지점장(현 수유지점장)은 매일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고객들 때문에 심한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우량고객을 많이 확보하고 있던 우수 직원들이 경쟁사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떠나면서 지점을 맡은 지 반년도 안돼 창구직원이 15명에서 9명으로 줄었어요. 당연히 약정고도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었죠” 예 지점장에게 당시 상황은 악몽 그 자체였다. 99년 대우그룹 사태 여파로 우량 직원과 고객들이 떠나면서 수익기반이 급격히 붕괴됐다. 10%를 넘나들던 대우증권의 주식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은 5%까지 추락했다. 그로부터 3년 뒤. 대우증권은 브로커리지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2004년 10월 시장점유율을 7.9%로 끌어올려 업계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위탁매매 정상 탈환의 자신감은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 분야에서도 시너지효과를 내고 있다. 그룹리스크로 인해 잠시 흔들렸던 증권종가(宗家)의 위상을 보란 듯이 되찾았다. IMF 이후 잠시나마 쇠락의 길을 걷다가 다시 1등 회사로 거듭난 기업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생존을 위해 ‘자르고 죄는’ 구조조정 외에 경쟁력이 있는 분야에 남은 역량을 집중한 점이다. 2001년 15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를 앉고 쓰러졌던 하이닉스도 낡은 생산시설을 고쳐 신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적’을 일구며 2005년 1조8,0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면서 다시 살아났다. 대우증권과 하이닉스는 업종은 전혀 달랐지만 ‘부활의 방정식’은 같았던 셈이다. 제조업분야에서 재도약의 성공사례로 하이닉스가 꼽힌다면 금융분야에선 대우증권이다. ◇대우사태 여파 증권宗家 ‘흔들’=대우사태 충격은 대우증권 지점창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났다. 예 지점장은 “직원들과 고객들이 이탈하면서 수익기반이 붕괴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며 “남아있는 직원들조차 고객이탈에 체념하는 분위기였고 이 같은 패배의식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이런 위기상황은 경영 지표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은 2001년 한때 5%까지 떨어지며 업계 5위로 추락했다. 98년 23조원에 육박했던 자산관리 잔고도 2003년 4조4,000억원 수준까지 떨어졌고 업계 최고수준의 신용도도 99년 8월 투자부적격 단계인 ‘CCC’까지 하락했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은 생존을 위해 한때 3,300명에 이르던 직원 수를 2,300명 수준으로 줄이고 런던, 뉴욕, 홍콩지역을 제외한 해외 현지법인 및 합작은행들도 폐쇄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핵심브레인 역할을 했던 대우경제연구소도 매각했다. ◇가장 잘하는 브로커리지에 선택과 집중= 2004년 6월 대우증권 대표이사에 취임한 손복조 사장은 ‘1등 회복’을 슬로건으로 직원들에게 자신감 불어넣기 위한 전략에 몰두했다. 손 사장은 취임 3일만에 ‘전국 부점장 회의’를 잇따라 열고, 지역본부장과 지점장을 대상으로 평가와 보상에 관한 워크숍을 실시했다. 김호경 대우증권 전무는 “손복조 사장이 임원 및 영업부서장들과의 연이은 토론으로 얻은 결론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증권업계는 브로커리지 비중을 줄이고 자산관리 등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었지만 대우증권은 ‘역발상’의 길을 선택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브로커리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수익기반을 다진 뒤 이를 바탕으로 IB와 자산관리 등 다른 분야의 역량도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전략이었다. 당시 수수료는 증권사 영업이익의 60%를 웃도는 주 수입원이었고 그 가운데 브로커리지 비중이 가장 컸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이른바 ‘킹핀(Kingpin)전략’을 실행했다. 킹핀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데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조직원을 의미하는 것으로 대우증권은 일선 지점장을 킹핀으로 삼았다. 당시까지 관리자역할에 머물던 일선 전국 지점장을 영업리더로 나서게 해 고객을 직접 끌어오고 매주 고객유치 및 실적 등에 대한 영업일지를 작성해 사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지점장 보고사항은 영업성과와 전망은 물론 신규고객과 골프를 친 사항까지 기재됐으며 손 사장은 120개 지점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일일이 체크하고 평가했다. 지점장이 앞장서 이탈한 고객들을 다시 끌어오는 전략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손 사장 취임 3개월만에 대우증권의 브로커리지 시장점유율은 7.9%를 회복하면서 업계 1위로 다시 올라섰다. 지난해 9월말 현재 브로커리지 수익점유율은 8.55%로 2위와의 격차를 2.09%포인트까지 벌려 놓았다. ◇신용등급 13단계나 상승, 경영지표 눈부시게 개선=이 같은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대우증권은 지난 2005회계연도에 창사이래 최대 규모인 4,104억원의 순이익과 업계최고 수준인 3,8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06회계연도에도 주식 거래량이 많이 감소한 가운데서도 올 1월 현재 2,438억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대우증권의 신용등급은 지난해 6월 AA-까지 상승했다. 99년 대우사태로 투자부적격 등급인 CCC까지 추락한 이후 7년 만에 13계단이나 뛰어오른 것이다. 자기자본규모도 지난 2003년 1조2,400억원에서 현재 2조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시가총액은 2004년 6월 6,540억원에서 2월말 현재 3조3,078억원으로 4배나 증가했다. 유관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의 기본인 브로커리지에 집중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익을 극대화하고 ‘옛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은 경영진의 노력이 1등 기업 재건을 이끄는 밑거름이 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 IB·자산관리도 가파른 상승세 기업공개 시장 점유율 2년연속 1위에 올라 자산관리잔고도 17兆 넘어 3년만에 4배이상 늘어 대우증권은 위탁매매 점유율 1위 회복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투자은행(IB)과 자산관리 부문에서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이는 분야는 기업공개(IPO), 자기자본투자(PI), 회사채, 유상증자,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이 포함된 IB부문. 대우증권은 2005년 롯데쇼핑 등 초대형상장기업의 주간사를 담당하며 IPO 주간사 1위를 차지했다. 2005년 대우증권이 주선한 기업공개 공모 규모는 모두 1조원으로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었다. 지난해에도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기업 대상의 기업공개 시장점유율이 35.7%(7,380억원)로 2년 연속 1위를 고수했다. 대우증권은 올 상반기 증시에 상장되는 증권선물거래소의 주간사로도 선정돼 있는 등 IB강자로서의 위상이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대우증권은 회사채와 ABS 발행부문에서도 시장점유율 14.8%로 1위를 지키고 있다. PI부문에서도 인수합병(M&A)딜의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원개발에도 나서는 등 투자범위를 크게 넓히고 있다. 지난해초 조직개편을 통해 IB영업본부내 PI팀이 신설된 이후 국내외 약 5,000억원의 직접투자가 이뤄졌으며 올해도 5,000억원 정도가 추가 투자될 예정이다. 자산관리 분야의 성장세도 눈부시다. 대우증권 자산관리 판매잔고는 지난 2004회계연도말 7조7,500억원 수준에서 2005년 12조1,195억원으로 75% 성장하며 업계 최고 신장률을 기록했다. 지난 2월말 현재 자산관리잔고는 17조6,549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이는 지난 2003년(4조4,000억원)에 비하면 3년여만에 4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대형 증권사들의 자산관리잔고가 정체하거나 감소추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우증권의 자산관리 부문 성장은 단연 돋보인다. 자산관리 분야의 성장세는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계좌), 퇴직연금, 주가연계증권(ELS) 등 신규상품 개발과 자산운용 능력을 강화한데 따른 것이다. 특히 랩어카운트는 잔고는 지난 한해에만 1조2,000억원이 늘어 지난해말 현재 2조원을 돌파했다. 2010년 44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도 수위를 달리고 있다. 대우증권은 지난해 11월 퇴직연금 적립금 100억원을 돌파했고 14곳의 공기업 퇴직연금 사업자선정에서도 5개사의 컨설팅기관으로 선정돼 전체 금융기관 중 가장 좋은 실적을 올렸다. 손복조 대우증권 사장은 "위탁매매부문의 성과가 바탕이 돼 IB와 자산관리도 빠른 성장을 일굴 수 있었다"며 "앞으로 IB부문에도 공격적으로 나서 안정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7/03/13 16: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