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불붙은 자원전쟁] <2부-7> '자원백화점' 카자흐스탄

제2부: 프런티어를 가다<br>천연자원 무기로 중앙아시아 신흥 맹주 부상<br>"서방 석유메이저 유치" 개방정책에 8년째 초고속 성장<br>한국, 진출은 늦었지만 7개 광구 개발 참여등 가속도 <br>최근 금융상황 악화… 환란 극복 경험 활용땐 기회될수도

카자흐스탄은 추정 매장량 40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 자원을 무기로 경제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앙아시아의 신흥 맹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각지에서 몰려드는 오일달러를 바탕으로 한 부동산 개발에 힘입어 첨단 도시로 변신하고 있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의 전경.



지난 5월 한승수 국무총리의 중앙아시아 방문을 계기로 정식 계약을 체결한 카자흐스탄 잠빌광구는 올해 우리나라 자원외교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4년여에 걸친 밀고 당기기 끝에 이뤄진 지분 계약 과정은 총성 없는 전쟁의 현장인 자원외교의 한 장면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례이기도 하다. 원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석유자원을 가진 나라와 석유 광구를 확보하려는 나라의 소리 없는 전쟁이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앙아시아 최대의 자원 보고(寶庫)인 카자흐스탄도 예외가 아니다. 원유 매장량이 398억배럴로 전세계 8위, 천연가스 추정 매장량은 106조입방피트로 세계 11위, 우라늄 매장량은 43만8,000톤으로 세계 2위다. 금ㆍ은ㆍ구리ㆍ아연 등의 매장량도 세계 10위권 이내로 알려져 있다. 외교통상부가 발간한 카자흐스탄 안내책자에는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에 나오는 광물 118개가 모두 나오는 자원 부국으로 소개될 정도다. 김일수 주카자흐스탄 대사도 카자흐스탄에 대해 “자원 백화점이라는 말에 딱 맞는 축복 받은 땅”이라고 설명했다.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을 무기로 카자흐스탄은 최근 8년여간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행정수도인 아스타나는 1~2년 전 완공한 고층 건물이 가득 차 있다. 아스타나에 처음 도착한 이들은 수십층의 초현대식 호텔이 즐비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온 듯한 착각을 할 정도다. 1991년 12월 구(舊)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카자흐스탄이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1989년 카자흐스탄 공산당 서기장을 맡은 후 줄곧 집권하고 있는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권위주의적 통치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 서방 원유 메이저 업체들을 대거 유치하는 개방정책을 펴면서 카자흐스탄을 중앙아시아 최고의 경제개발 국가로 올려세웠다. 경제성장률은 2000년 9.5%를 시작으로 2004년, 2005년 2년 연속 9.4%를 기록했다. 2006년에는 10.6%로 성장률이 두자릿수를 넘어섰다. 최근 주춤하고 있기는 하지만 10년여 동안 평균 10%에 육박하는 성장률을 보이며 과거 중앙아시아의 맹주였던 우즈베키스탄을 제치고 신흥 맹주로 부상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6,653달러. 중앙아시아에서는 최고, 러시아에 이어 옛 소련연방 가운데서는 두 번째를 차지한다. 옛 소련 지역에서 러시아에 이어 2위 원유 생산국인 카자흐스탄은 오는 2015년까지 연간 산유량을 현재의 두 배인 1억4,000만톤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목표까지 세워놓았다. 우리나라는 미국 등 서방 국가보다 한발 늦게 카자흐스탄에 진출했지만 최근 현지 유전 개발 참여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한국 기업이 카자흐스탄에서 탐사를 진행하거나 준비 중인 광구는 모두 7개. 이 가운데 잠빌은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카자흐스탄에서 컨소시엄을 구성하며 진출을 추진했던 곳이어서 의미가 각별하다. 한국 기업이 처음 진출한 카자흐스탄 유일의 해상광구이기도 하다. 잠빌 컨소시엄을 주도한 석유공사는 LG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악토베 지역에 있는 ‘아다’ 육상광구에서 탐사를 끝마치고 현재 시험생산 단계에 있다. 석유공사는 또한 GS칼텍스 등 한국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사우스 카르포프스키 육상광구에서도 탐사를 벌이고 있다. LG상사는 SK에너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북카스피해 연안도시인 아티라우 부근 ‘8광구’ 육상유전에서 탐사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 진도로만 따지면 시험생산 직전인 아다광구가 가장 속도가 앞선다. 엄청난 속도로 전세계 투자자금을 집어 삼키고 있는 카자흐스탄에도 최근 고민거리가 생겼다.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개발 붐이 일면서 부동산 값이 폭등한 가운데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 영향으로 금융위기 조짐이 일고 있다. 자칫 뒤늦게 섣부른 투자에 나섰다가는 제대로 된 성과는 고사하고 큰 낭패를 볼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현지에서 통역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교민 김성규(28)씨는 “우림ㆍ동일ㆍ성원건설 등 우리나라 중견 건설업체들도 신행정수도 아스타나와 옛 수도 알마티에서 초대형 주상복합과 주거단지 건설에 나선 상태지만 최근 들어 현지 금융위기 탓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융위기 분위기가 카자흐스탄 자원 개발에 뒤늦게 나선 우리에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김 대사는 “카자흐스탄은 외환위기를 극복한 한국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려는 모습”이라며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극복했던 우리 경험을 전수하고 경제협력 및 기술이전 등을 적극 활용하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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