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관계자는 7일 "지난달 말 하빈저 펀드를 청산하기로 결정했다"며 "현재 펀드 청산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청산 기준일은 지난달 24일이며 펀드에 투자한 SK 계열사들은 최근 이사회에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SK는 지난 2010년 역외 헤지펀드인 하빈저캐피털이 운용하는 2개의 펀드에 유한책임투자자(LP) 자격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차이나 드래곤' 펀드에는 SK네트웍스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2억달러와 1억달러를 출자하기로 했고 '글로벌 오퍼튜너티' 펀드에는 SK텔레콤이 2억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투자처가 있을 때 돈을 납입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이어서 지금까지 1억달러가 투자됐다. 사모펀드(PEF) 특성상 정확한 수익률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3개사 전체적으로 보면 소폭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두 펀드 모두 만기가 아니어서 SK의 투자 중단과 펀드 청산은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SK 측은 투자 중단 배경에 대해 하빈저캐피털을 운용하는 펀드 매니저 필립 팔콘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팔콘은 금융위기 당시 회사 돈을 부적절하게 사용하고 일부 투자자들에게 부당한 특혜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8월 1,150만달러의 벌금과 5년간 금융분야에서 종사하지 못하는 내용의 징계를 받았다.
업계에서는 팔콘이 징계를 받은 지 1년이 지난데다 징계와 관계없이 자산운용은 계속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SK의 펀드투자 중단 배경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부적절한 일이 있던 곳에 돈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며 "가만두면 자동으로 추가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청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