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족의 재구성] <3> 자산 중심축의 지각변동

실버세대도 신세대도 "자산 불리기엔 부동산보다 증시"<br>60대이상 주식투자 5년전 2배… 개인 전체금액의 3분의 1 달해<br>"집 늘리기보다 여유생활 중요" 20~30대 투자자도 크게 늘어

저출산·고령화로 인구구조의 변화가 오면서 금융투자를 통해 노후준비를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 증권사 객장에서 노인들이 주식시세 전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서울경제신문 DB


#1. 서울 강남구의 한 정보기술(IT) 업체에 다니고 있는 양호종(가명ㆍ37세)씨는 지난 2006년 결혼 당시 세웠던 내 집 마련 계획을 2~3년 뒤로 미루기로 했다.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면서 집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가 아파트 대신 선택한 것이 바로 펀드였다. 최근 국내 증시가 크게 하락하면서 오히려 지금이 투자를 하는 적기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는 또 앞으로 노후 준비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개인연금(IRA)에도 가입했다. 양씨는 "아직 아이도 하나 밖에 없고 지금까지 집을 마련하지 않았어도 큰 불편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우선 현재 가진 자산을 불리는 데 주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등록금 문제 등 아이 양육비도 만만치 않아 주변에서도 이미 내 집 마련보다 여유 자금 늘리기에 집중하는 친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 평생 '예금 애호가'로 살았던 박영아(가명ㆍ63세)씨는 최근 고민 끝에 은행에 넣어둔 자금의 절반을 찾아서 증권사 객장으로 돌렸다. 정기예금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이자가 연 4%에 불과해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오히려 원금을 까먹는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가 증권사를 찾아가 가입한 상품은 월 적립식 랩어카운트. 이 상품은 연 평균 6~7% 이상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매달 일정액을 월급처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부담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박씨는 "손주 자랑으로 수다를 떠는 때도 있지만 최근에는 친구들과 투자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한다"며 "자식들에게 짐은 되기 싫고 또 앞으로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입학할 손주들에게 연필 한 자루라도 더 사주려고 월급처럼 자금을 받을 수 있는 상품에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저출산ㆍ고령화로 인구구조에 변화가 오면서 금융투자 패턴에도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실속파 신세대인 20~30대는 물론 과거 주식시장 내 소외계층으로 꼽히던 60대 투자자들까지 노후를 위해 부동산에서 금융투자상품 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투자 지형도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특히 60대 이상의 주식 투자액이 5년 전에 비해 무려 2배 이상 뛰어올라 노후 준비를 위한 노년층의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증시 투자자 가운데 60대 투자자들의 비중은 16.6%로 2009년(13.2%)과 비교해 3%포인트나 증가했다. 특히 60대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95조원에 달한다. 이는 개인투자자 전체 투자금액의 3분의1(33.7%)에 달하는 것으로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특히 2005년 60대 이상이 차지하고 있는 시가총액이 불과 40조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1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가족이 분화되고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실버세대들이 자녀들로부터 독립해 노후를 보장 받기 위해 자산증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이에 따라 투자 연령층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30대 투자자들의 등장도 눈여겨볼 대목. 2009년 4.5%에 불과했던 20대 투자자들의 비중은 지난해 5.8%까지 치솟았고 30대 투자자들의 비중도 22.6%에서 23.1%로 늘었다. 과거 가족 단위가 4인 이상이었을 때는 큰 집의 소유가 필수적이었지만 가족 단위가 2~3인으로 줄어들면서부터는 집의 크기보다 여유로운 생활이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떠올랐고 이에 따라 여유자금의 투자가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상건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상무는 "핵가족화와 고령화 등 인구변화로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올 분야는 소형 주택 선호 현상이 강해질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이라며 "이에 따라 금융투자시장도 자산 재조정에 이은 대규모 자금 유입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30대는 물론 재력을 보유한 50~60대 계층이 과거 신도시 열풍 때와는 달리 입지 좋은 소규모 주택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잉여 자산이 발생, 증시 등 투자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핵가족화와 고령화 등 인구변화는 한동안 잠자고 있던 퇴직연금시장에도 불을 지피고 있다. 2006년 8,000억원에 불과했던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올해 6월 36조6,000억원으로 40배나 수직 상승했다. 또 개인퇴직계좌(IRA) 가입자도 2009년 기준 전체 근로자의 14.8%인 211만4,000명에 달했다. 홍원구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핵가족화와 고령화 등이 퇴직연금 시장을 확대시키는 요인 중 하나"라며 "대부분 자녀를 하나만 가지는 핵가족화로 노후에 대한 걱정이 늘어 퇴직연금이나 IRA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 연구원은 이어 "퇴직연금 등 노후 준비 수요가 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가정과 사회, 정부가 공동으로 노력해 세제혜택 등 제도적 정비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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