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장이 다시 바쁘게 돌아가니 살맛이 납니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효성의 스판덱스 공장.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김치형 공장장은 “쉴새없이 밀려드는 스판덱스 주문에 눈코뜰새 없다”며 즐거운 비명을 질렸다. 작년말까지만 해도 공장 한편에 수북이 쌓여있던 재고물량도 눈녹듯이 사라져 버렸다. 이처럼 불과 몇 개월새 확연하게 달라진 공장의 모습에 근로자들도 웃음을 되찾고 있다. 지난해 재고와 적자누적으로 스판덱스 공장 가동을 잇따라 멈췄던 화섬업계가 최근 다시 증산에 나서는 등 봄기운에 휩싸였다. 공장 가동률도 20~30%씩 높아지고 스판덱스 수출가격도 뚜렷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스판덱스 부문에서도 본격적인 ‘턴어라운드’(실적개선)가 실현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스판덱스 점유율 2위인 효성은 지난 해 스판덱스 가동률이 평균 80% 수준에 그쳤지만, 이달부터 100% 풀가동 중이다. 효성은 구미와 안양, 중국 등에 스판덱스 공장을 가동중이며 연간 6만1,000톤의 스판덱스를 생산하고 있다. 효성 관계자는 “국내 공급감소와 계절적 성수기의 영향으로 3월부터 100%의 스판덱스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다”며 “통상 한달치 가까운 적정재고물량도 거의 소진상태”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동국무역도 지난해 50%에 불과했던 구미와 중국공장 가동률을 현재 각각 70%와 100%까지 확대하는 등 대대적인 스판덱스 증산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스판덱스를 생산한 태광산업은 현재 가동율이 50%를 밑돌고 있지만 시장상황을 지켜본 후 증산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최근 수급상황이 안정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적정 수익을 내기는 쉽지않은 상황”이라며 “가동률을 높이는 것에 대해서는 시간을 갖고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때 ‘죽었던’ 스판덱스가 이처럼 살아난 것은 지난해 대대적인 설비감축으로 생산량이 급감했고 최근 들어서는 계절적 성수기와 맞물려 수급상황이 안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해 국내는 물론 외국업체들도 대규모 설비감축을 단행하면서 최근 들어서는 수급균형이 안정화되고 있는 추세”라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실적개선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스판덱스 가격(수출기준)도 지난 해 kg당 평균 5달러대에 머물렀지만 현재는 6~7달러로 급격히 회복되는 추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화섬업계의 봄기운은 ‘착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해 코오롱이 스판덱스 라인 가동을 완전히 멈췄고, 인비스타(옛 듀폰)의 국내 생산법인인 DSI도 지난 해 생산라인을 접은데 따른 생산공백으로 생긴 반사적 수요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화섬협회 관계자는 “스판덱스가 수익성을 담보하려면 kg당 최소 8달러는 넘어야 한다”며 “시장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