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화장품 회사가 있으면 언제든 인수할 생각으로 몇 년째 지켜보고 있습니다. 면세점도 해외 쪽부터 두드려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왕성한 식욕'으로 잇단 국내외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이랜드그룹이 또 다른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이랜드는 모태 사업인 패션을 비롯해 백화점·아웃렛·외식에서 나아가 호텔·문화·레저·스포츠로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중이다. 이 마저도 성에 안 차 화장품과 면세점 시장까지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글로벌 유통 종합 왕국'을 세우겠다는 야심이다.
◇"中 백화점 이랜드 브랜드로 다 채운다"=박성경(사진)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제주 켄싱턴 호텔 개관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몇십년 전부터 의식주휴미락(衣食住休美樂)이라는 여섯가지 영역을 끊임없이 개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미(美)와 관련된 화장품의 경우 오히려 중국 등 해외 파트너들이 관련 사업에 나서달라고 먼저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회장은 "중국 백화점 사업자들은 이랜드의 의류·잡화·생활·외식브랜드로 건물을 아예 통째로 채워달라고 요청하기도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랜드 화장품'이 없다는 걸 매우 아쉬워 한다"며 "좋은 기술력을 가진 화장품 회사가 (매물로)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랜드의 지난해 중국 사업 성장률은 20%대. 올해도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며 중국 시장 연매출 3조원이 목표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이랜드 브랜드 수십개가 동시에 입점하는 대형 계약이 잇따르고 있어 중국내 성장 속도는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호텔·면세점은 미래 먹거리=이랜드는 '중국에서의 파워'를 국내에서 실현하기 위한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음 달 공식 개관을 앞둔 켄싱턴 제주 호텔이 대표적인 해외 VIP 유치 프로젝트의 결과물. 1,000만명에 달하는 중국내 VIP를 제주로 끌어들이는 구심점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박 회장은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초대형 설치 작품은 중국의 최고 도예가인 주러겅 선생이 직접 작업한 도예 미술품"이라며 "주 선생의 작품이 전시됐다는 이유만으로 벌써 중국 관광객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외 VIP 공략을 위해 제주신라호텔 출신인 이윤규 총지배인을 영입했고, 루프탑수영장, 스파 에스테틱, 사계절 야외 정원 등 고급 시설도 갖췄다.
호텔에 대한 이랜드의 남다른 관심은 해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사이판에서 팜스리조트와 퍼시픽아일랜즈클럽(PIC)사이판, 코럴오션포인트리조트를 사들였으며, 또다른 매물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이랜드가 보유한 국내 숙박 시설은 특급호텔 5곳과 리조트 13곳이며, 해외에는 4개의 호텔·리조트를 갖고 있다. 보유 시설 수로는 국내 기업 1위다.
박 회장은 "목표는 아시아 넘버원, 글로벌 10대 호텔그룹"이라며 "2020년까지 호텔·레저 사업을 집중 육성해 전세계 150개 지점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 면세점 사업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