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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석희 반바퀴 남기고 금빛 대역전… 최강 자존심 살렸다

여자 쇼트트랙 계주 정상

이번엔 中 반칙으로 실격 … 4년전 그대로 앙갚음

'낭자군' 22일 새벽 1,000m서 두번째 금메달 도전

올림픽 쇼트트랙 종목에서 수많은 금메달이 나왔지만 이번처럼 감격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만큼 힘겹고도 안타까운 시간들이었다.

쇼트트랙은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선수단에 '전통의 메달 밭'으로 불렸다. 하지만 개인 종목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대신 귀화한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승승장구하면서 고개를 떨궈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파벌주의 문제를 언급하면서 선수단 전체의 사기까지 떨어졌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에서 나온 금메달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밴쿠버에서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도둑맞은' 금메달을 되찾아서 감격은 더했다.

박승희(22·화성시청), 심석희(17·세화여고), 김아랑(19·전주제일고), 조해리(28·고양시청). '낭자군'은 18일(이하 한국시간) 러시아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에서 열린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선에서 캐나다와 이탈리아,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는 1994년 릴레함메르 대회부터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올림픽 4연패를 달성한 한국의 텃밭이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때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도 이해할 수 없는 판정 탓에 '노 메달'에 그쳤지만 8년 만에 금메달을 찾아온 것이다. 당시에는 한국 선수가 중국 선수를 밀쳤다는 반칙 판정이 나와 중국에 금메달을 내줬었다. 공교롭게도 4년 후인 이번에는 중국이 반칙으로 실격당했다. 중국은 2위로 들어왔지만 레이스 도중 이탈리아 선수가 넘어지는 과정에서 반칙을 저질렀다는 판정을 받아 노메달로 돌아섰다. 한국에 실격패를 안긴 중국팀이 이번엔 거꾸로 반칙패를 당한 것이다.


우승의 순간도 극적이었다. 한국의 금메달은 마지막 바퀴까지도 힘들 것처럼 보였다. 선수들이 줄지어 넘어져 메달을 잃어버린, 지독히도 운이 없었던 대회인지라 이런 상황이 또다시 되풀이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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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주자로 나선 박승희가 선두에서 레이스를 주도했지만 중국의 약진으로 한국은 한때 3위까지 밀렸다. 진짜 승부는 세 바퀴를 남기고부터. 다시 선두로 나섰던 박승희가 순간적으로 중국에 맨 앞자리를 내주자 '여고생 해결사' 심석희가 나섰다. 2바퀴를 남기고 마지막 주자로 레이스를 이어받은 심석희는 결승선 반 바퀴 앞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역전에 성공, 기어이 1위로 골인했다. 박승희와 교체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접촉하면서 균형을 잃은 데다 추월할 틈도 보이지 않았지만 '에이스' 심석희는 바깥쪽으로 크게 돌아 순식간에 선두를 탈환했다. 쉽게 넘어지지 않는 균형감각과 173㎝의 큰 키에 따른 긴 다리, 압도적인 순간스피드가 만든 작품이었다.

수줍은 여고생인 줄만 알았던 심석희는 결승선을 통과하자마자 주먹 쥔 팔을 휘저으며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의 짜릿함을 만끽했고 언니들과 끌어안고 감격의 눈물을 쏟았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에서 이어진 뜻밖의 부진에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다.

심석희는 여자 1,500m 은메달에 이어 두 번째 메달을 수확했고 박승희도 여자 500m 동메달에 이어 시상대에 두 번 올랐다. 심석희는 1,500m에서 저우양(중국)에게 막판 역전을 허용했던 아쉬움을 훌훌 털었고 박승희도 500m에서 영국 선수의 방해로 넘어져 금메달을 놓쳤던 안타까움을 씻었다. 이날 결선에는 뛰지 않았지만 준결선에서 김아랑 대신 뛰었던 공상정(18·유봉여고)도 금메달을 받았다. 대만 출신의 공상정은 3년 전 한국으로 귀화해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중국에 설욕하며 통쾌한 금메달을 목에 건 여자 쇼트트랙은 오는 22일 새벽 두 번째 금메달에 도전한다. 이날 계주 결선에 앞서 열린 1,000m 예선에서 심석희와 박승희, 김아랑이 전부 조 1위로 예선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한편 남자 쇼트트택의 박세영(21·단국대)과 이한빈(26·성남시청)은 마지막 자존심 회복을 위한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박세영과 이한빈은 남자 500m 예선을 무리 없이 통과했다. 2002년 솔트레이시티 대회 이후 12년 만에 노 메달의 위기에 처한 남자팀은 500m에서만큼은 반드시 메달을 따겠다는 각오다.

러시아 대표팀의 안현수도 준준결선에 올랐다. 올 시즌 월드컵 시리즈 500m에서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안현수는 금메달 후보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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