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60년대 이후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조상제한서'와 함께했다. 5대 시중은행을 말하는 '조상제한서'는 조흥(1897년), 상업(1899년), 제일(1929년), 한일(1932년), 서울(1959년) 등을 설립순서대로 부르는 이름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조상제한서'는 하나 둘씩 없어졌다. 대기업 대출이 많았던 게 화근이었다. 조흥은 신한, 서울은 하나은행에 각각 넘어갔고 상업과 한일은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하나로 합쳐져 지금의 우리은행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마지막 남은 게 SC제일의 '제일'이었다.
'조상제한서'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제일'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10일 금융계에 따르면 리차드 힐 SC제일은행장은 지난 6일 간부회의에서 은행명을 올해'SC제일'에서 'SC(스탠다드차타드)'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조상제한서'가 모두 없어지는 셈이다.
SC제일은행은 1958년 조선저축은행에서 제일은행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5년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인수된 뒤에도 '제일'이라는 이름을 써왔다. '제일'이라는 명칭이 사용 53년 만에 사라지게 됐다.
SC제일은행의 한 관계자는 "오는 12월쯤 사명변경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영업일선에서는 '제일'이라는 명칭을 계속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