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개발사업의 좌초를 막기 위한 자금 마련의 길이 확보됐다. 하지만 당장 자금난을 해소하기에는 걸림돌이 많은데다 다음달 중순으로 예정된 부도를 막기에는 실제 자금 마련에 필요한 기간이 길어 여전히 위기 타개를 위해 넘어야 할 고비가 첩첩산중이다.
◇3,000억원 ABCPㆍCB발행 결의=용산개발사업 시행을 맡고 있는 드림허브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는 7일 열린 이사회에서 자산담보부유동화기업어음(ABCP) 3,073억원 발행과 제3자 배정 방식의 전환사채(CB) 발행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사회에는 이사 10명 전원이 참석했으며 ABCP 발행 안건의 경우 민간출자사 7명 전원 찬성, 코레일 측 이사 3명 중 2명 기권, 1명 반대로 통과됐으며 CB 발행 건은 이사 전원이 찬성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중순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용산개발사업의 자금조달 길이 열렸다. 특히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3부는 드림허브가 "무단으로 용산 부지를 사용한 부당사용금 420억여원을 배상하라"고 우정사업본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420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추가로 자금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당장 부도 위기 벗어나기는 역부족=하지만 당장의 자금난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기업어음 이자 납부일인 다음달 12일까지 이 자금이 확보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ABCP 발행 안건의 경우 코레일의 반환확약서가 필요한데 코레일은 여전히 이를 거부하고 있다. 코레일 이사회가 반환확약서 제공을 부결시킨다면 신용도가 떨어지는 드림허브로서는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이 불가능하다.
우정사업본부에서 지급 받을 420억원의 배상금도 당장 들어올 수 있는 돈은 아니다. 배상 지연이자가 연 20%에 달하지만 공공기관의 특성상 대법원 상고까지 갈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드림허브 관계자는 "배상금이 지급되면 당장의 부도 위기는 피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자금난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번 이사회에서 안건으로 상정된 3건의 소송을 통한 자금확보도 판결이 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
◇추가 자금조달 가능성 열어둬=그럼에도 이번 이사회는 자금 조달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이다. 특히 제3자배정방식의 CB 발행을 이견 없이 통과시켜 주주사가 언제든 추가 투자할 수 있는 길을 터놓았다.
만약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면 지난해 주주배정방식으로 CB 발행 때 매입자금을 준비했다 참여를 포기한 롯데관광개발이나 코레일이 얼마 정도라도 참여할 수 있다. 유일하게 자금 여력이 있다고 평가되는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계열사도 지분에 관계없이 참여가 가능하다. 이번 CB 발행은 청약 기한이나 지분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민간출자사에서 최후의 수단을 동원한 만큼 코레일의 태도 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로를 극한까지 몰고 가는 '치킨게임'의 형국이지만 사업이 좌초될 경우 손해배상 등 후폭풍을 감안하면 극적 타협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 안건에서 보듯 결국 사업이 좌초되면 수많은 소송 등이 제기되면서 출자사 모두 만신창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용산개발사업의 사회 파급력도 어마어마한 만큼 결국에는 합의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