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방송 광고가 도마에 올랐다. 난폭 운전을 하던 버스가 결국 사고를 낸다는 내용의 이 광고는 노무현 민주당 후보를 겨냥하고 있었지만 잔혹한 이미지에 절로 이맛살이 찌푸려져 한나라당에 손해란 반론이 만만찮았다. 한 홍보 실무자는 “젊은 감각의 광고 시안을 올리면 윗선에서 고루한 내용으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고 회고했다. 결국 한나라당은 ‘2030세대’ 잡기에 실패하면서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이 점을 고려, 원내 세력 구축 때 가장 먼저 공을 들였던 의원 중 한명이 선거대책위원회 미디어홍보단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49) 의원이다. 경기도 양평ㆍ가평 지역구 재선 의원인 그는 87년 민주화운동으로 옥고를 치른 학생운동권 출신이다.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총재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해 문민정부에서 청와대 부속실장을 지냈다. 정치 입문 전 홍보기획 사업을 한 적이 있는데다 16ㆍ17대 국회에서 내리 문화관광위원회에서 활동해 당내에서 홍보통으로 불린다. 이 후보가 경선 전부터 정 의원을 적극 접촉한 것도 그에게 미디어 홍보를 총괄하게 하기 위해서다. 후보의 방송토론, 연설과 방송 광고 및 일반 홍보물 제작, 각종 이벤트 기획 등이 그의 임무다. 정 의원은 2006년 5월 지방선거에서도 홍보를 맡아 애국가를 개사한 로고송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박근혜 당시 당 대표가 직접 로고송에 참여한 것도 그의 기획이다. 언론사 인맥도 두터워 중요 사안이 발생하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 내보낼 ‘욕쟁이 할머니 광고(할머니가 이 후보에게 “이놈아, 경제나 살려라”고 호통치는 내용)’도 그의 ‘히트 예감’ 작품. 지난해 10월 이 후보는 소장파 리더로 활동해온 정 의원을 몇 차례 직접 만났다. 도와달라는 말 대신 현안을 상의하는 이 후보의 독특한 스카우트 솜씨에 정 의원도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결국 정 의원은 이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일부 소장파 의원들이 반발했지만 “이 후보로 당 개혁과 국민경제 발전을 동시에 잡겠다”는 게 정 의원의 생각이다. 정 의원은 27일 “경제를 아는 대통령을 우리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 나는 후보의 장점을 잘 알리기만 하면 된다”며 “이 후보와 함께하는 ‘국민성공시대’를 피부에 와 닿게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