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세계적으로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화에 따른 국지적인 물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이런 물 부족은 상수도ㆍ하수처리장 등 인프라가 정비돼 있지 않은 도서산간이나 해안지역에 더 큰 피해를 유발한다.
이와 관련해 최근 국내 연구진이 태양에너지로 해수나 오염수를 담수화하는 원천기술을 개발, 관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기계연구원 에너지플랜트안전연구실 박창대 박사팀의 태양열 해수담수화 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
이 기술의 핵심은 태양열 집열기, 축열조, 진공장치 등 기존 태양열 해수담수화 시스템의 필수 요소가 전혀 필요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재의 태양열 해수담수화는 집열기가 모은 열을 축열조에 저장한 후 열교환을 통해 해수를 증발시켜 응축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하지만 이 방식은 열교환 과정에서 열에너지 손실이 일어나 담수 생산 능력이 하루 10리터 이하로 제한된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또한 제작비용이 비싸고 유지ㆍ보수가 어려워 실질적 상용화에 난항을 겪고 있다.
반면 박 박사팀의 시스템은 투명 유리탱크 속의 해수를 직사광선에 직접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증발을 유도한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열에너지는 증발된 수증기가 액화될 때 발산되는 응축잠열을 회수, 증발 공정에 재투입하는 '다중 효용 증발' 기술을 채용하는 것으로 강화했다.
박 박사는 "이에 힘입어 이 시스템의 담수 생산량은 하루 15리터 이상"이라며 "버려졌던 폐열을 재활용해 에너지 소비량 절감과 발전단가 하락을 꾀할 수 있고 시스템 크기도 가로와 세로가 약 1m에 불과해 제작단가를 대폭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시스템은 태양열과 함께 소형 발전기의 배기가스 폐열 등 여타 에너지원을 복합적으로 투입, 성능을 배가할 수 있다. 일례로 태양열과 5kW급 발전기 폐열을 복합 운용하면 담수 생산량이 하루 최대 43리터까지 높아진다. 태양열만 사용했을 때보다 약 3배나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이다. 필요할 경우 태양열은 물론 폐열로도 단독 운전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활용성을 높이는 부분으로 꼽힌다.
연구팀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해수담수화 플랜트 시장의 약 40%가 하루 1만톤 이하의 중소형 시장으로 연간 11조원대의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 설비에 쓰이는 증발법과 막 여과법은 초기 투자비와 유지관리비가 만만치 않은데다 에너지 사용량, 담수 수송망 구축비 등을 감안하면 전력·상수도 인프라가 구비되지 않은 곳에는 사실상 채용이 어려웠다.
이와 달리 박 박사팀의 태양열 해수담수화 시스템은 비용 부담이 적고 전력과 상수도 인프라에서 자유롭다. 때문에 저개발 국가, 도서산간지역, 오지 등에도 원활한 설치와 운용이 가능하다.
박 박사는 "현재 다수의 해수담수화 관련 기업으로부터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며 "2014년께면 기술판매계약 등 상용화를 위한 가시적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