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BBC방송은 9일(현지시간) 세계를 시끄럽게 한 HSBC의 탈세방조 스캔들을 세상에 알린 내부고발자 팔치아니를 소개했다. 모나코에서 자란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중국적 소유자인 팔치아니는 지난 2000년에 HSBC에 입사한 뒤 제네바 소재 HSBC 개인자산관리(PB)사업부에서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로 일한 2006~2007년에 고객 10만6,000여명의 명단을 몰래 빼돌렸다. 이후 2008년 애인으로 추정되는 동료 여성과 레바논으로 날아간 그는 명단을 은행권에 팔아넘기려 시도했으나 레바논 은행가들의 신고와 동행했던 여성의 배신으로 스위스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 조사 후 곧바로 프랑스로 도주한 그는 고객명단 자료를 프랑스 당국에 넘겼다. 이를 받은 크리스틴 라가르드 당시 재무장관(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은 명단을 다른 나라와 공유하며 대대적인 탈세조사를 벌였고 이것이 발단이 돼 스위스가 완강하게 지켜온 은행비밀주의 원칙을 사실상 포기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페인은 2012년 스위스의 요청에 따라 팔치아니를 체포해 5개월간 수감했으나 곧 그를 내부고발자로 인정해 석방 조치했으며 현재 그는 프랑스 국립정보자동화연구소(INRIA) 연구원으로 일하며 조세회피 조사를 돕는 한편 당국의 신변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사법당국은 여전히 그를 산업스파이 및 은행비밀주의법 위반 혐의로 수배 중이다.
한편 HSBC의 탈세방조 혐의의 파장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탈세자 명단에 리펑 전 중국 총리 딸부터 오사마 빈라덴의 재정후원자들까지 온갖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영국 하원 공공회계위원회(PAC)와 미국 법무부 등 각국 당국이 HSBC에 대한 조사 방침을 속속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