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Story]김광원 한국마사회 회장

말산업육성법 제정 추진 결실…“다양한 부가가치 창출할 것”

“정치권에 있다가 처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를 맡으면서 느낀 점은 ‘기업하는 사람 참 힘들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김광원(70ㆍ사진) KRA 한국마사회 회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공무원과 정치인으로 일해왔다. 공기업 쇄신과 개혁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 2008년 마사회 수장 자리를 맡았지만 맞지 않는 옷처럼 불편하고 부담스러웠던 기억을 숨기지 않았다. “정치는 손에 잡히지 않는 영역의 일이라 아무래도 애매모호한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습니다. 기업은 그렇지 않아요.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일입니다. 경영은 ‘정치적’으로 처리할 수 없고 실패에서 배운다는 말도 통하지 않는 냉엄한 세계입니다.” 의사결정 시간이 매우 고통스럽고 두려운 순간이었다는 그가 돌파구로 선택한 방법은 소통이었다. 2008년 취임사에서 “적절한 무식함으로 전체를 이끌겠다”고 했던 말은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일과 방법에 도전해보겠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공기업 특유의 관료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를 유연하게 개선해 창의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즐거운 직장에서 우러나온 즐거운 바이러스가 고객에게 전파되고 결국 회사의 이윤으로 돌아온다’는 펀(Fun) 경영 이념은 능률 향상으로 이어졌다. 마사회는 지난해 말 공공 부문 인재개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신입사원 멘토링 제도, 전사원 사내 학습동아리 가입 및 교육 이수, 개인성과 평가제도 등은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몸에 밴 추진력과 다방면에 걸친 관심 덕분에 김 회장은 취임 후 시간이 지날수록 경영자의 옷이 점차 편안해졌다. 김 회장 자신이 꼽은 취임 이후 가장 큰 성과는 말산업육성법이 올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이다. “미국 같은 말산업 선진국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은 도축돼 소비되는 다른 가축과 달리 살아 있는 상태로 생산과 육성ㆍ조련ㆍ유통ㆍ이용 단계에서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경마 분야에 치우친 우리의 현실에서 육성할 가치가 있는 하나의 산업으로 개념화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말할 수 없이 기쁩니다. 특히 제 자신과 임직원들이 ‘베팅하는 회사’가 아닌 ‘산업 하는 회사’를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됐고 국가경제에도 이바지한다는 생각이 보람을 느끼게 해줍니다.” 마사회 수익금의 일부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는데, 특히 문화 분야의 사회공헌이 두드러진다. 음악을 통한 건전한 사회운동의 모델이 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 운동을 모티브로 마련한 뮤지컬 ‘아리랑 판타지’와 ‘농어촌 희망 청소년 오케스트라’에 연간 200억원 이상을 투입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 아리랑 판타지는 전국 순회공연으로 화합과 문화적 양극화 해소를 도모한 것이다. 오케스트라는 3년간 악기 구입비와 운영비를 지원해 청소년들의 꿈과 희망을 키워주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김 회장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한다. 수익금을 활용해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근로자를 포함한 영세계층을 위한 특수병원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장기적으로 수익금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과학기술 교육기관에 출자할 계획도 갖고 있다. 한국의 경마 시스템과 정보기술(IT)을 활용해 머지않아 시작될 중국 등 해외 경마시장 진출도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취임 이후 ‘말산업 전도사’가 다 된 그는 승마 대중화에도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대한승마협회 회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말산업 육성의 화두로 승마 대중화를 강조한다. 승마장과 승마 인구가 뒷받침돼야 말의 생산과 육성ㆍ조련ㆍ장구 등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동물과 교감하는 스포츠인 승마는 게임 중독 등으로 각박해져가는 우리 아이들에게 생명존중 정신과 도전 정신을 길러줄 수 있다”면서 “앞으로 기존 승마장 외에 농어촌형 소규모 승마시설이 널리 보급되면 승마인구가 크게 늘어나고 농어촌 수입도 증대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냈다. 말산업의 한 축인 경마가 도박의 오명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회장은 “즐기는 문화 정착을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경마의 사행성에 관해서는 마사회가 스스로 건전화 노력을 덜한 측면도 있지만 국민들 사이에 편견이 자리잡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지난해 5만원 이하 소액 베팅이 전체 마권 구매건수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건전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마를 보고 즐기는 진정한 스포츠로 자리잡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 경마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마 선진국에는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스타 말, 스타 기수가 많아 자연스럽게 경주에 관심 있는 팬들이 경마장에 몰린다”며 “우리도 경마산업의 저변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사회는 국제화 전략의 일환으로 매년 국산 말을 미국에 보내 원정경주를 펼치고 있으며 올해는 유전자 분석을 통한 우수 2세마 3두가 미국 경마에 도전장을 던졌다. 또 지난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장수군과 포항시 등을 마주로 영입하기도 했다. 연고지 프로야구단을 응원하듯이 지역민들이 지방자치단체 소유 경주마를 응원하면서 경마가 국민 스포츠로 발전하리라는 기대에서다. 김 회장은 “시간이 갈수록 말산업이 미래 가치가 있는 분야라는 확신과 기대가 쌓이고 있는 만큼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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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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