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7ㆍ7개각’으로 과학기술계는 또 한번 서운하게 됐다. 공대 교수 출신인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후임으로 행정학 전공의 안병만 전 외대 총장이 발탁됐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시 작은 정부를 표방하며 과학기술부가 교육부에 통합될 때도 서운한 마음을 가졌지만 장관으로 이공계 출신이 임명됨으로써 위안을 삼았으나 정권 출범 4개월여 만에 이마저 내놓았으니 허전함이 클 것이다.
물론 장관은 전공보다 행정 및 경영능력이 더 중요시된다. 이번에 교과부 장관으로 발탁된 안 내정자는 외대 총장을 두 번이나 지내는 등 행정능력을 인정 받고 있어 교과부를 추스르고 이공계에 대한 배려를 김 전임 장관보다 더 소신껏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기부도 없어지고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과학기술계 출신의 교과부 장관이 갖는 상징성은 크다.
이번 개각에 대해 ‘생색내기 수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는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공계에 대한 배려가 없었던 것은 이번 개각의 한계라는 지적이 많다. 연구개발(R&D)에 의한 국가 경쟁력 향상은 연구비만 늘린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이공계를 우대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 이 분야에서 일하는 인재들이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이런 점에서도 이번 개각은 비판의 대상이 된다. 김 장관이 교체된 것을 아쉬워하는 이공계를 달래기 위해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을 임명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로써 이공계의 불만이 달래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보좌관은 어디까지나 조언자일 뿐 정책집행자인 장관과는 다르다. 이공계의 아쉬움도 그렇지만 정부가 이공계 기피현상을 너무 가볍게 보고 있다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공계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잊어서는 안 된다.
경제가 날로 어려워지는데다 별다른 자원이 없는 우리로서는 기술개발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나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앞장서 이공계 인재가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