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재도약하는 건설코리아] <8> 새시장·기술개발로 호황 잇는다

플랜트등 특화 기술로 "시장 다변화" <br>단순 토목공사 탈피 설계등 고부가로 진화<br>阿시장 눈돌려 수주비중 18%까지 치솟아<br>루마니아등 동유럽시장 진출 발판 마련도


쌍용건설이 일본의 대표적인 건설 업체인 시미즈사(社)를 제치고 수주한 복합 건물‘플라자 인도네시아 익스텐션’의 조감도.


대우건설은 지난 82년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았던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에 진출했다. 당시 대우가 수주한 공사는 1,889만달러 규모에 불과한 우물공사였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이후 아프리카 시장의 플랜트 분야로 눈을 돌린 대우는 우보(牛步)전략으로 늪지대 공사, 파이프라인 공사, 석유ㆍ가스 집하시설 개보수 공사 등을 완벽하게 수행하면서 발주처의 신용을 얻어 나갔다. 그 결과 대우건설은 지난 97년 드디어 TSKJ JV사가 발주한 나이지리아 보니섬의 가스플랜트 1ㆍ2호기 건설을 따냈고, 이후 대우건설은 리비아 와파 가스플랜트, 러시아 사할린 가스플랜트 등을 수주했다. 중동에 치우친 해외건설 시장의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최대 국가인 수단과 석유 매장량이 풍부한 나이지리아ㆍ리비아를 중동에 이은 2차 개척지로 선택한 것이 빛을 발한 것이다. 최근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 건설업체들이 중동 지역의 단순 시공에서 탈피, 해외 시장 다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중동지역 의존률(수주 액수 기준)은 여전히 절반에 육박하고 있지만 그 수치는 지난 2003년 61%에서 올 4월엔 48%로 조금씩 줄고 있는 추세다. 반면 10% 내외였던 아프리카 시장의 비중은 18%로 성장했고, 지난해 다소 줄었던 아시아의 비중도 올들어 다시 30%대로 회복되는 등 국내 업체들의 해외 시장 다변화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업종도 단순 토목공사에서 탈피, 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분야의 비중이 꾸준한 증가추세에 있고, 플랜트도 시공에서 설계ㆍ유지ㆍ보수 등에 이르는 첨단 기술 분야로 진화하고 있다. 정유 플랜트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GS건설도 카타르ㆍ이란ㆍ오만ㆍ터키 등지에서 최근엔 이집트와 타이ㆍ중국 시장으로 시장을 다변화했다. 더구나 저가를 무기로 한 가격 인하 전략에서 수익성을 따져 선별 수주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플랜트 외 건축 부문에서도 사우디 이맘대학교 메인스타디움, 괌 라데라 타워 등 학교ㆍ스포츠 시설ㆍ리조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으며 최근엔 베이징 LG타워를 건설하기도 했다. 현재는 플랜트 건설 분야의 사업 영역 확대를 위해 메탄올 플랜트 등 새로운 플랜트 건설을 준비중이며, 발전소와 하수처리 등 특화된 기술을 통한 해외 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 중동과 중남미에서 정유 플랜트 시공 실적을 갖고 있는 SK건설도 최근 LG상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루마니아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한 정유 플랜트 공사를 완벽히 마무리하면서 동유럽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어 SK건설 컨소시엄은 역시 국영석유회사가 발주한 5,000만 달러 규모의 가솔린 옥탄가 향상 설비를 잇따라 수주했다. 두 건의 플랜트 건설은 액수로만 보면 1억달러에 불과하지만 이를 수주함으로써 SK건설은 테크닙ㆍ플루어 등 유럽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동유럽 시장을 개척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경제 개방 이후 동유럽 지역에선 노후화된 플랜트 설비를 교체하는 작업이 활발해지고 있고 유럽연합(EU)의 까다로운 환경기준에 맞춘 새로운 플랜트 건설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의 확대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SK플랜트 영업팀 병욱 부장은 “동유럽은 중동과 동남아에 이어 해외 신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이번 수주를 통해 회사 인지도를 높이고 향후 인근 동유럽 진출에 유리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 초기인 70년대부터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업체로 꼽힌다. 대표적인 게 지난 76년에 시작해 80년에 완공한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세계 건설 업계에서 20세기 최대의 공사라고 불렸던 주베일 산업항은 현대건설이 선진국 업체의 독무대였던 해상유조선 정박시설 시장에 진출, 성공리에 공사를 마친 기념비적 공사다. 공사금액 면에서도 당시 우리나라 1년 예산에 맞먹는 4,600억원 규모로 국내 건설사의 해외진출사에 한 획을 긋기에 충분할 정도다. 이어 현대건설은 방글라데시 자무나 교량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주하며 중동에서 동남아 등지로 진출 지역을 넓혔다. 전철 공사도 현대건설이 개척한 신규 해외 진출 분야로 꼽힌다. 싱가포르 외곽지역인 우드랜드와 이슘지역을 잇는 전철 공사로 40여개에 이르는 현지 전문 하청업체에게 각 공정을 맡게 해 100% 현지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로도 남아있다. ● 신기술로 '블루오션' 개척
지하-지상 건물 동시 건설 '탑-다운 공법'
원모듈-다단증발 방식 접목 담수화 설비
지난 11일 자카르타에서는 인도네시아 건축물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될 '플라자 인도네시아 익스텐션'의 착공식이 있었다. 쌍용건설이 일본의 대표적인 건설사인 시미즈을 물리치고 수주한 공사다. 현지 최상류층 문화생활을 상징하는 자카르타 탐린 거리에 초호화 41층 오피스와 47층 아파트, 6층 쇼핑센터를 짓는 것으로 수주금액만 1억3,000만 달러다. 쌍용은 이 건물을 '케라톤(왕궁)'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일본 도쿄의 록본기 힐, 홍콩의 퍼시픽 플레이스 등과 같이 향후 인도네시아를 대표할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해외건설 시장의 '블루 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고급 건축물 분야에서 쌍용건설의 입지는 폭넓다. 세계적인 건설전문지인 미국의 ENR이 집계하는 부문별 실적 순위에서 지난 98년 호텔 부문 세계 2위에 오른 이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등 국내보다 해외에서 그 명성을 알아주고 있는 것.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73층 규모의 스위스 스탬포드 호텔과 싱가포르의 상징인 래플즈시티가 바로 쌍용건설의 손에 의해 지어졌다. 이어 80년대 말에는 국내 최초의 해외 투자 개발 사업인 미국 애너하임 메리어트 호텔의 기획ㆍ설계ㆍ시공을 총괄하는 개발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후 미국에서만 7건의 개발 사업을 연이어 수행했다. 또 두바이 3대 호텔 중 두바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과 에미리트 타워 호텔을 지은 것도 쌍용건설이다. 쌍용이 고급 건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는 지하와 지상 건물을 동시에 건설하는 탑-다운 공법, 주상복합이나 오피스 바닥면의 슬라브를 2중으로 시공해 그 사이 공간에 배관 등의 설비 시설을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2중 슬라브 공법 등의 혁신적인 시공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또 다른 해외건설 블루오션 개척에 성공한 업체는 두산중공업이다. 두산은 담수화 설비 부문(다단증발법 방식)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40%) 업체다. 중동과 동남아, 아프리카 등 물부족 국가에서 담수 설비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판단으로 지난 78년 사우디아라비아 파라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담수 설비 사업에 뛰어든 것이 주효 했다고 두산관계자는 설명했다. 이후 두산은 80년대 사우디아라비아 아씨르, 아랍에미리트 제벨알리 프로젝트 등을 연이어 수행하면서 미국ㆍ유럽ㆍ일본 업체들이 주름잡던 담수 설비 설계 기술을 자체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어 원모듈 공법과 다단증발법(MSF) 방식, 역삼투압 방식 등을 접목한 하이브리드 타입과 같은 첨단 공법을 개발하며 세계 선두업체의 지위를 굳혀나가고 있다. 그 동안 수행한 담수화 설비만도 360만톤 규모로, 이는 남한 인구 절반이 하루를 쓸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두산의 윤식 전무는 "담수설비 시장은 오는 2010년까지 중동 시장에서만 300억 달러 규모로 급팽창 할 것"이라며 "세계에서 인정 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동은 물로 인근 지역에까지 시장을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최석영 팀장·김창익·김문섭·김광수 기자 sychoi@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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