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4월 8일] 천안함 사건과 정부에 대한 신뢰

천안함 침몰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군 당국은 원인을 북한의 어뢰 외에 다른 데서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이 선체 파손이나 좌초로 침몰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군 당국의 발표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건 초기에 천안함 함장, 천안함 구조에 나섰던 해경 당국자가 '선체에 파공이 났다' '침수 보고를 받았다'는 발언을 했고 군 당국이 사건발생 시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그때그때 변경하는 등 우왕좌왕했기 때문이다. 軍, 사건발생 시각 '우왕좌왕' 군당국이 사건발생 시각을 수차례 수정하는 동안 당일 오후9시15분께 상황이 발생했다는 일지가 여기저기에서 나왔고 구조된 승조원들을 장기간 격리했으니 그런 의혹이 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실이 확정되지 않자 언론은 여러 가설을 상정해 보도하게 됐다. 언론의 이러한 보도행태가 정당한가에 대해 논의가 있을 수 있지만 드러난 사실을 근거로 여러 갈래로 추론하는 언론을 비난할 수는 없다. 이 사건에 대한 시각이 너무 다른 것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한쪽에서는 정권이 이 사건을 이른바 '북풍'으로 확대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지는 않나 하고 촉각을 세우고 있고 또 한쪽에서는 북한 개입이 확인돼도 남북관계라는 허울 좋은 명분 때문에 유야무야(有耶無耶) 넘어가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해군 함정이 적성국가에 의해 폭파되는 경우는 이따금 있다. 지난 1967년 북한의 해안포가 동해에서 700톤급 당포함(56함)을 침몰시켜 승조원 다수가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포함의 경우 가해자가 너무 분명했기 때문에 원인을 두고 논란이 일 여지가 없었다. 1987년 5월에는 페르시만을 항해하던 4,100톤급 미국의 프리게이트함 스타크호가 이라크 공군기에서 발사한 미사일에 맞아 대파되고 승조원 37명이 사망한 일이 발생했다. 스타크호 사건은 미 해군 함정이 미사일에 피격된 첫 번째 사례로 큰 충격을 줬다. 스타크호는 이라크의 미라지 전투기가 근접하는 것으로 알고 경고했지만 정작 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것을 레이더가 잡아내지 못해 큰 피해를 입었다. 미 해군은 조사를 거쳐 당시 함정의 경계태세가 안이했다는 이유로 함장을 징계했다. 평면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미국에서는 스타크호 사건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면 한동안 국민적 단합 현상이 생긴다. 스타크호 사건을 두고 정부의 능력이나 태세를 비판하는 여론이 일지도 않았다. 그러나 1980년 4월 테헤란에 인질로 잡혀 있는 미국 대사관 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한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의 인기는 추락하고 말았다. 미국인은 정권이 책임져야 할 사안과 그렇지 않은 사안을 구별하는 판단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원인 파악·대책 강구 급선무 반면 우리는 어떤 일이 일어나면 일단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는 경향이 있다.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기보다는 책임소재부터 묻는 성향이 강하다. 결국에는 정치적 문제로 비화되고 국민 간에 심각한 갈등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천안함 사건은 정부와 여당이 세종시 수정과 4대강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해 분열 조짐이있는데다 봉은사 외압 등으로 여권에 대한 불신이 고조된 상태에서 발생했다. 게다가 군 당국에는 아무런 단서도 없는 것으로 보였고 국방부 장관 등 고위당국자들은 매일매일 말을 바꿨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발생한 사건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더욱 저하시키는 양상을 초래한 셈이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신뢰'가 얼마나 중요한 가치인가를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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