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표준이 힘이다] (6)잔류농약

검사 신뢰성 잃으면 국가분쟁도


과일껍질에는 풍부한 영양소가 들어있다 사과껍질에는 동맥경화를 막아주는 성분이, 포도껍질에는 노화를 유발하는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폴리페놀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다. 하지만 우리가 과일 껍질을 그냥 먹기에는 잔류농약이 걱정스럽다. 웰빙(Well-being) 바람과 함께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90년 이후 살충제ㆍ제초제ㆍ생장조정제 등 국내 연간 농약소비량이 2만5,000톤으로 매년 늘어나면서 농축산물의 잔류농약은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1~10월중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농산물을 대상으로 235종의 농약성분을 정밀 검사한 결과 전체의 1.7%가 부적합으로 판정됐다. 잔류농약 허용기준을 초과한 품목에는 파슬리가 28.2%로 가장 많았고 당귀잎(19.0%), 머위(14.9%), 겨자잎(6.3%) 등 대부분 채소류가 차지했다. 계절별로도 차이가 났는데 7월(2.6%)에 가장 높았고 6월(2.5%), 8월(2.4%)를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이상고온 및 장기간 내린 비로 인해 병충해 방제를 위한 농약사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나라는 88년 9월 보건사회부에서 28종의 작물에 대한 17종 농약의 식품 중 농약잔류 허용기준을 처음 설정한 이래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119종의 농림산물에 대해 349종의 잔류농약을 ▦인삼에 대해 26종 ▦차에 대해 23종 ▦축산물에 대해 부위별로 87종의 농약잔류 허용기준을 설정, 운영하고 있다. 농약잔류 허용기준은 동물에 대한 만성독성시험에서 아무런 해가 나타나지 않는 농약의 섭취량을 말하며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시험성적을 면밀히 검토해 만들어졌다. 다만 아직까지 여러 농약이 함께 섭취돼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칵테일 효과’와 농약에 민감한 태아나 유아에 미칠 영향, 환경호르몬(내분비계 교란물질) 등에 대한 연구는 미미하다. 수입식품에 대한 잔류농약검사 결과의 신뢰성이 떨어지면 국가간 분쟁의 소지가 될 수 있다. 검사결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할 수 있을 때 이러한 불만을 잠재울 수 있다. 잔류농약 검사에 대한 국내외적인 신뢰를 높이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정청, 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은 산하 검사소 및 대행기관에 대해 주기적으로 미지시료를 보내 제대로 된 검사결과가 나오는지 점검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이 미지시료에 있는 잔류농약의 양을 정확하게 측정해 알려줌으로써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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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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