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주들은 올 상반기 동안 한국 증시의 부진에도 상대적인 강세를 보였다. 과연 이 여세를 하반기에도 이어갈 수 있을까. 증시 전문가들은 롱텀에볼루션(LTE)의 이익이 본격화 되고 통신업종 전반에 대한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이뤄지며 앞으로도 양호한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통신업종 지수는 24.1% 상승했다. 같은 기간 6.7% 하락한 코스피지수를 크게 웃돈 좋은 성과다.
종목별로는 이 기간 동안 LG유플러스(56%)와 SK텔레콤(42%)의 주가 상승세가 가장 가팔랐다. KT는 9%가 오르며 통신주들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증시 전반의 부진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선방한 셈이다.
통신주들의 강세는 엔화약세로 수출주가 부진하면서 내수주를 선호하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을 기반으로, 그 동안 부진했던 수익성이 회복세로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특히 LTE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영업이익률 자체가 개선되는 등 통신주들의 펀더멘털이 개선됐다는 평가도 주가를 끌어 올렸다.
통신주들의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구조적인 측면에서 LTE의 이익모멘텀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송재경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LTE 가입자 비중은 4월말 38% 수준으로, 연말까지는 53%에 도달할 전망”이라며 “이에 힘입어 올해 통신업종의 가입자 1인당 평균 매출액(ARPU)는 지난해보다 7%, 내년에는 4%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업체들간의 경쟁 양상도 안정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긍정적이다.
황성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LTE 보급률이 50%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후부터는 과다한 마케팅비 투입을 통한 가입자 획득의 기대효과가 적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LTE 서비스 제공 초기에는 ARPU가 높은 LTE 고객을 유인해 초기 선점효과를 위해 역점을 기울일 필요가 있지만, LTE 사용인구가 확대되는 시점부터는 유입되는 고객들의 ARPU가 초반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경쟁 유인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차세대 통신기술인 LTE-A(어드밴스드)가 도입돼도 3G에서 LTE로 넘어갈 때만큼의 소비자 호응을 이끌어 내긴 어려울 것이라는 점도 통신업체들이 지나친 출혈경쟁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통신업체들의 펀더멘털이 공통적으로 개선되며 주가 흐름도 상승세를 유지하는 것을 볼 때, 통신업종 자체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황 연구원은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주요 통신업체들의 ARPU는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라 꾸준한 상승추세를 유지해왔고, 가입 해지율도 1%대(한국 2.5~3.0%)의 안정적인 수준에 머무르며 안정적인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버라이즌의 경우 3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NTT 도코모 역시 18~20%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스마트폰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단말기 제조사에게 잃었던 주도권을 통신사가 되찾아 오며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도 있다. 삼성과 애플 위주의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쏠림현상은 통신사의 협상력 약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 스마트폰 보급률이 70% 수준까지 높아지고 중저가 스마트폰 확산 속도가 높아지며 단말기제조사와 통신사의 마진 수준이 스마트폰 보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는 통신주들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기간이기도 하다. 배당 때문인데, 통신주들의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수익률이 저성장ㆍ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으로 통신업체들의 배당수익률은 과거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달 27일 종가기준으로 SK텔레콤 4.6%, KT 5.6%, LG유플러스 1.7%의 배당 수익률이 예상된다.
여기에 하반기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이어질 경우 경기방어주로서의 성격이 반영될 수 있어, 이것 또한 통신주의 안정적인 주가 흐름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다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파수 경매에 따른 경쟁 증가 우려가 있는 점이 위험 요소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경매가격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과열 경매나 과열 마케팅 등에 대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며 “또 통신3사가 주파수 확보비용을 8년간 분할 납부하는데다, 오는 2020년까지 전반적인 설비투자비용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