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IMT-2000사업 성공하려면
정통부 '소신' 정책추진 힘실어줘야
『몸조심하시오.』
IMT-2000기술표준 결정에 관여하고 있는 정보통신부 관료가 사석에서 모기업 임원으로 부터 들었다며 털어놓은 말이다.
기술표준 문제를 놓고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실감나게 한다. 현재 이 문제와 관련된 기업은 SK텔레콤, 한국통신, LG텔레콤 등 3개의 서비스사업자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전자 등 3개 장비업체를 대표적인 곳으로 꼽을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이들이 모두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그룹의 주력계열사나 공기업이라는 것. 국내 4대재벌의 핵심기업이 망라돼 있는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다.
지금까지 정통부는 이들의 막강한 로비가 펼쳐지는 속에서도 큰 잡음없이 잘 버텨왔다. 그러나 지난 96년 PCS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아직도 당시 장관이 해외를 전전하는 현실은 정통부의 소신있는 정책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했다는 비판도 있는게 사실.
정통부의 한 서기관은 『그래도 제대로 정책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제발 특정업체의 로비력에 놀아난다는 세간의 불순한 시선은 거둬달라』고 주문했다.
IMT-2000을 둘러싼 이같은 상황을 관련기업과 이해당사자들이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측면도 많다. 기술표준 문제만해도 『동기식으로 가겠다』던 곳이 비동기식으로 돌아서는 바람에 꼬였다는 것.
또 두시간전에 기술표준협의회에 참석, 공식발표할 합의문안을 함께 작성해놓고 공식발표가 나가자 딴소리를 내기도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에서는 기술표준 문제가 그 이전과 달라진게 뭐냐는 지적도 나오는게 사실.
여기서 정통부에 소신있게 밀어부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통부 한 핵심관계자의 말은 앞으로 정통부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시사하는바가 크다.
『서비스 사업자들이 모두 비동기로 가려는 것은 이해한다. 내가 그 회사 최고경영자라도 그렇게 할 것이다. 세계시장의 80%가 비동기인데 외자유치나 세계시장 진출을 위해 서비스회사는 당연히 비동기식의 채택을 원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정책은 국내통신산업 전체를 놓고 볼때 서비스산업과 함께 장비산업까지 고려해야 된다. 더이상 업체들의 목소리에 좌우되지 안을 것이다.
장승량기자
입력시간 2000/10/0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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