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로레나 오초아(28ㆍ멕시코)가 은퇴를 선언했다. 오초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선수생활을 그만두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데 이어 23일 멕시코시티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3년간 세계랭킹 1위 자리를 지켜온 오초아가 은퇴를 선언함에 따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적지 않은 후폭풍이 일 것으로 보인다. ◇20대 젊은 나이에 은퇴하는 이유=오초아는 2003년 LPGA투어에 진출한 뒤 2006~2008년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2006년 6승을 거두며 상금ㆍ다승 1위에 올라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쥐었고 2007년과 2008년 각각 8승, 7승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안드레스 코네사 아에로멕시코항공 사장과 결혼을 발표한 후 경기력이 급속히 떨어졌다. 지난해에는 3승에 그치며 3년간 지켜왔던 상금왕의 자리를 '루키' 신지애(22ㆍ미래에셋)에게 내줘야 했다. 지난해 12월 결혼식을 치른 후 출전한 올해 4개 대회에서는 톱10 진입이 1번밖에 없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오초아는 은퇴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를 기자회견에서 밝힐 예정이지만 더 이상 대회에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오초아는 지난해 골프 연습시간을 대폭 줄이고 여행을 다니거나 개인적인 행사에 집중했다. 그는 지난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필드 밖에서의 생활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임신으로 갑작스럽게 은퇴를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초아는 지난해 공공연하게 아기를 갖고 싶다는 말을 해왔고 임신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은퇴를 생각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오초아가 아직 20대인 만큼 이번 은퇴가 '골프와의 영원한 이별'이 아닌 '일시적 중단'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오초아는 오는 29일 고국인 멕시코 모렐리아에서 열리는 LPGA투어 트레스마리아스 챔피언십을 고별 무대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LPGA 위기감 고조=오초아의 갑작스러운 은퇴 선언으로 LPGA는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협회는 세계 경기불황으로 스폰서가 급감하면서 2008년 34개에서 올해 25개로 대회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투어 숫자가 급감하면서 캐롤린 비벤스 LPGA 커미셔너가 잔여 임기도 채우지 못 하고 사퇴했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위기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시점에서 세계 최고의 골프스타가 은퇴한 건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오초아를 대신할 스타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투어에 대한 흥행에 실패하면서 스폰서 이탈이 더욱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지애, 세계랭킹 1위로 올라서나=오초아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공석이 된 세계랭킹 1위 자리에도 관심이 쏠린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지난해 LPGA투어 상금왕을 차지한 신지애이다. 신지애는 세계랭킹 평균포인트가 8.76으로 오초아(9.25)에는 크게 뒤져 있으나 청 야니(8.67)에 앞선 2위이다. 지난해 수준의 성적만 거둔다면 한국 선수로는 사상 처음으로 세계랭킹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지애와 더불어 '골프여제'의 자리를 다툴 선수로는 청 야니,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미야자토 아이(일본) 등이 유력하다. 청 야니는 올해 첫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며 랭킹 포인트를 부쩍 끌어올렸고 수잔 페테르센은 올해 출전한 4개 대회에서 탑10에 3번 들 정도로 꾸준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미야자토 아이는 올해 개막 이후 2승을 거두며 최고의 성적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