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필요할 경우 기업체와 협의, 사외이사 후보군(pool)을 선정해 이를 해당 기업에 추천하는 등 주주권한을 강화한다. 국민연금은 이르면 다음달부터 자산가치 극대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지만 산업계와 증권업계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방침을 경영권 간섭으로 보고 있어 논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보건복지가족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주주권 행사를 강화하기 위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이사 선임 과정에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일단 올해 주총이 마무리되는 오는 4월 말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개최해 사외이사 파견 지침을 만들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투자 규모가 커지는 만큼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정해 이르면 내년부터는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한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갈수록 늘어나는 기금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기업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국가가 운용을 책임지고 있는 공적 연금"이라며 "이러한 공적 연금이 기업지배구조에 개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기업 지배구조는 어느 방식이 좋다는 등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고 상황에 따라 효율적 기업 운영을 위해 틀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인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에서도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자산운용업계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가 주주이익을 대변하는 본질적 역할에 충실할 경우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따른 디스카운트 요인이 해소되면서 주가에 긍정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반드시 순수한 '투자 목적'이어야 한다며 경계를 표시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국민연금의 경영간섭에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배당이나 불필요한 비용발생을 견제하는 수준으로 한정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은 우선 공공성이 강한 기업이나 공감대가 형성된 기관에 대해 먼저 사외이사 추천을 검토하고 원하는 기업에 한해 이를 해당 기업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특정 후보를 정해 그 중에서만 (사외이사를) 쓰라고 강요하는 것은 현재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해 우려하지 않도록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산업계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은 그동안 주총에 참석해서도 대부분 찬성 의견을 따르는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지만 지난 2003년 1.9%에 불과했던 반대의견이 지난해 6.4%까지 늘어나는 등 주총에서 점차 주주로서 제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