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새영화] 어둠속의 댄서

[새영화] 어둠속의 댄서 뮤지컬 형식빌어 美 냉엄현실 비판 '어둠속의 댄서'는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를 온통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덴마크 출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형식을 파괴한 영화다. 미국 워싱턴의 작은 마을, 프레스 공장에서 일하는`셀마'(비요크)는 유전병으로 점차 시력을 잃어가지만, 자신처럼 갈수록 시력이 약해지는 아들이 열세살이 되기전까지 수술을 시켜주겠다는 희망으로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의 또 다른 꿈이자 삶의 기쁨은 스스로 노래하고 춤추는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는 것. 춤과 노래는 고통스런 현실을 잊게 하는 그녀의 유일한 버팀목에 다름 아니다. 공장의 기계소리, 발걸음소리, 새들의 노래소리 모든 것이 '셀마'에겐 신나는 음악이다. 그녀가 세들어 사는 집 주인은 아내의 사치를 감당하지 못해 괴로워하는 경찰관인 `빌'(데이빗 모스) 부부. 어느날 밤 `빌'은 `셀마'에게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고,`셀마' 또한 아들의 시력을 회복시켜주기 위해 돈을 모으고 있다고 비밀을 고백하고 만다. 그러나 그녀는 비밀을 끝까지 지키기로 한 약속을 저버리고 배신한 집 주인 `빌'로 인해 희망을 잃게 되고, 결국 법정에서 냉엄한 미국의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런 셀마의 `벼랑끝 삶'은 영상혁명가로 불리는 유럽최고의 스타일리스트 라스폰 트리에 감독의 독특한 연출로 때로는 처연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관객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면서 삶의 애환과 모성애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특히 작업장과 달리는 기차위에서 펼쳐지는 뮤지컬은 그녀의 삶의 고통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연출력의 정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6-7회에 걸쳐 전개되는 영화속 뮤지컬 장면을 위해 100대의 카메라가 동원됐다고 한다. 역동적인 비주얼을 생동감있게 잡아냄으로써 상상속 세계를 스크린에 담아 고통의 현실과 절묘하게 대비시킬 수 있었던 것도 그 덕택이다. 현실과 환상, 드라마와 음악이 뒤섞인 이 영화는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여우주연상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기존영화와 결별을 선언한 `도그마 95'의 주창자로, 평소 인위적인 조명을 거부하고 즉흥연기를 하게 하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도 이 작품에서 만큼은 이런 자신의 원칙을 포기하면서까지 시각, 청각적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고 전해진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셀마'역의 비요크는 아이슬란드 최고의 가수. 이 한편의 데뷔작으로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을 정도로 사실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노래를 하거나 들을 때의 황홀해 보이는 표정과 온몸에서 느껴지는 긴장감, 침을 마르게 하는 고통 등을 실감나게 연기했다는 평이다. 올해 36살인 그녀는 열한살에 첫 음반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모두 14장의 앨범을 선보였다. 지난97년에는 아이슬란드 대통령으로부터 `레이디'란 귀족칭호를 수여받기도 했다. `셀마'를 끝까지 돌봐주는 `캐시'역의 카트린 드뇌브와 `제프'역의 피터 스토메어의 절제된 연기도 영화를 떠받치고 있다. 24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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