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에 이어 LG카드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심으로써 국내 금융권 리딩 그룹에서도 뒤처질 위기를 맞았다.
하나금융은 LG카드 인수전 내내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속내는 절실했고 결국 과감하게 ‘베팅’했다. 윤교중 하나금융 사장은 “인수제안서를 제출하기 전날인 9일 밤에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또 “제안가격을 쓰기 직전에는 인수 대상의 기업가치 등은 고려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직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격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하나금융이 자신 있게 써낸 가격은 신한금융보다 ‘2%’ 부족했고 피 말리는 수 싸움에서 ‘한 수’를 덜 봤다는 얘기다.
올들어 두번이나 던졌던 승부수가 모두 무산된 하나금융은 이제 진로를 고민해야 한다. 하나금융의 자산규모는 122조원 안팎. 지난 6월 말 현재 국민은행이 286조원(외환은행 포함, 계열 비은행 제외)에 달하고 우리금융도 187조원이다. 상반기 207조원을 기록한 신한금융의 경우 LG카드 인수로 219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하나금융을 국내 4대 금융그룹에 포함시키기에 무색한 규모다.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하나금융은 “자체 성장에 주력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 실패 후 영업력을 강화해 금융그룹 전체 총 자산을 15% 가량 늘린 저력을 바탕으로 자체 성장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이밖에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사 인수 등에도 다시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관측된다. 카드사업 부문의 자회사 분리 등도 거론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비금융 부문의 볼륨을 키워 그룹 내 10%선에 불과한 수익비중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LG카드 인수 실패로 하나금융이 더 큰 ‘그림’을 그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과의 통합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금융계의 ‘빅딜’은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며 “하나금융이 수년 내 또 다른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