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사상최대 건보재정 흑자, 쌈짓돈 아니다

건강보험재정이 사상 최대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해 3·4분기까지 흑자규모가 5조원을 넘었다. 4·4분기 중 보험금 지급이 가장 많은 현실을 감안해도 당초 예상치 2조8,000억원은 물론 종전 최고치(2012년) 3조3,216억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2010년 적자 이후 내리 3년 연속 흑자다. 국가재정이 6년 연속 적자로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건보재정이 그나마 건전하게 관리된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건보공단이 알뜰하게 살림살이를 꾸려서가 아니다. 건보료를 해마다 꼬박꼬박 올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불황 여파로 아파도 참았던 국민의 기여 덕이다. 물론 약값 일괄인하 효과도 컸다.


그런데도 몇년 흑자를 냈다고 벌써부터 잿밥에 눈독을 들이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집단 진료거부를 결의한 의료계는 의료영리화 반대를 표면상 명문으로 내걸었지만 그 배경에는 진료비 인상 요구가 있다. 정부의 압박에 2012년 일괄적으로 약값을 내린 제약업계 역시 제 몫을 챙기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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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건보재정이 지금처럼 흑자기조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당장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를 위해 순차적으로 보험급여가 지급돼야 한다. 정부의 보수적 추정치만도 2017년까지 9조원에 이른다. 정부가 연간 보험료 인상률을 5년 평균치 3%보다 낮은 1.7~2.6% 수준으로 억제하기로 했다지만 그 정도로는 건보재정 갉아먹기에 딱 좋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설령 새로운 지출요소를 반영하지 않더라도 급속한 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건보재정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

3년 흑자를 냈다고 해서 벌써부터 털어먹겠다는 것은 곤란하다. 비상사태에 대비해 쌓아야 할 법정적립금의 절반도 채 확보하지 못한 게 건보재정이다. 사회보장성기금의 재정만큼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혈세로 연명하는 공무원·군인연금 짝 나는 건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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