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배부른 시중銀… 특판 예금 안판다

●4대銀 연말·연초 예금영업 전략 들어보니…<br>"자금유입 지속되는데 예금 유치경쟁 필요없어"<br>고금리 상품 판매등 추가 수신확대 안 나설것


예금 고객들은 최소한 내년 초까지는 마이너스 수준의 실질금리를 감내해야 할 것 같다. 기준금리 인상폭이 게걸음 수준인 가운데 시중은행들의 고금리 예금특판 출시도 기약이 없다. 시중 은행들이 배가 불렀다. 이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시중 자금이 들어오니 예금 금리 유치 경쟁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 1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ㆍ우리ㆍ신한ㆍ하나은행 등 주요 4대 은행에 연말ㆍ연초 예금영업 전략을 물은 결과 이들 은행 모두 추가적인 수신 확대 전략을 펴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4대 은행은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얹어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특판예금 출시 계획도 없다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일반 정기예금의 경우 이미 금융당국의 점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지난 11월 초 선반영됐기 때문에 향후 예금 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지더라도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4대 은행 중 한 곳의 전략담당 임원은 "내년 경기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상반기까지는 자산 확대보다는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대출 영업도 확대하기 어려우며 예금 유치 역시 그만큼 보수적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의 전략 담당 임원 역시 "현재로서는 특별한 예금 유치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다"며 "은행으로서는 (대출 등을 통해) 돈을 굴릴 곳이 없는 데 (특판 등을 통해)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했다가는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경기전망이 급격히 호전되지 않는 이상 은행들의 '게으른 예금 영업' 기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회복이 더뎌질수록 정부와 금융당국은 저금리 기조에서 급격히 입장을 선회하기 어렵게 되고 이는 시중 부동자금을 늘려 은행으로의 자금 이동을 부추길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4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몰려드는 시중자금으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늘고 있어 9월 말 258조919억원이던 잔액이 10월 말에는 268억1,150억원으로 10조원가량이나 늘었다. 이들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심지어 최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속에서도 예금은 이탈하기보다는 오히려 2조원가량 늘었다. 이 같은 풍경은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8년 하반기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당시에는 4대 시중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상품 1년 만기 금리는 5% 중후반선으로 3% 중반선으로 하락한 현재보다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예대율 규제와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 고금리를 내세우며 예금 유치에 혈안이 됐었다. 정찬우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은행으로서는 가만히 앉아 있어도 예금이 들어오는 데 굳이 영업비용을 써가며 특판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이처럼 왜곡된 자금시장 구조가 개선되려면 정부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해 부동자금이 은행 외의 분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내주는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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