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수도 옮기려면 헌법 개정해야"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 성문헌법 준하는 관습헌법 인정 큰 특징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은 한마디로 헌법개정 없이 수도이전을 정한 특별법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조항이 헌법에 명시적으로 없다 해도 이는 전통적으로 인정돼온 관습헌법으로 봐야 하는 만큼 수도를 이전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결정으로 노무현 정부가 그동안 온갖 논란 속에서도 야심차게 추진해오던 신행정수도이전계획은 특별법 실효와 함께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현재 국회구성상 수도이전을 위한 헌법개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정부하에서 수도이전은 다시 추진할 수 없게 된 것. 특히 재판관 9명 중 윤영철 헌재 소장 등 8명이 위헌결정을 내린 데 반해 전효숙 재판관 단 1명만 각하의견을 내 사실상 전원일치에 가까운 위헌결정을 선고, 주목을 받았다. 또 관습헌법의 존재를 명확히 규정해 성문헌법에 준하는 효력을 인정한 점 역시 이번 결정의 특징 중 하나다. ◇수도 서울은 관습헌법이다= 헌재는 ‘수도 서울’이란 조항이 헌법에 명시되지 않았더라도 “오랜 전통과 관습에서 확고하게 형성된 자명한 사실 또는 전제된 사실”로 “모든 국민이 우리나라의 국가구성에 관한 강제력 있는 법규범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판시했다. 조선시대 이래 600여년간 당연한 규범적 사실로 중간에 수도가 바뀐 일이 없고 개인적 견해차를 보일 수 없는 명확한 내용을 가졌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수도 서울’ 관행은 “장구한 세월 동안 굳어져와 국민들의 승인과 컨센서스를 이미 얻었다”고 헌재는 강조했다. 따라서 서울이 수도라는 점은 제정헌법이 있기 전부터 전통적으로 존재해온 관습헌법이자 불문헌법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수도 옮기려면 헌법개정을= 헌재는 이처럼 ‘수도 서울’이 헌법조항이라고 명시한 뒤 수도를 이전하려면 먼저 헌법을 개정해야 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관습헌법인 만큼 이에 반하는 내용의 새로운 수도설정 조항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도이전 특별법은 이 같은 헌법개정 절차를 명시한 헌법 130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헌재는 지적했다. 아울러 헌재는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국민투표를 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수도이전 특별법이 “국민의 헌법개정 국민투표권을 침해했으므로 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다. ◇각하 소수의견도= 재판관 8명이 위헌결정을 내렸지만 이중 김영일 재판관은 나머지 7명과는 다른 논거로 위헌 판단을 했다. 김 재판관은 수도이전 특별법이 헌법개정 절차에 관한 헌법 제130조를 어긴 게 아니라 국방ㆍ통일 및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에 대해 국민투표를 해야 하다는 헌법 제72조를 어겼다는 별개의 의견을 제시했다. 반면 위헌결정을 선고한 이들 재판관 8면과는 정반대로 전 재판관은 국민투표권을 포함한 청구인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의 헌법소원은 부적법 각하돼야 하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전 재판관은 결정문에서 “서울을 수도로 한 관습헌법의 변경이 반드시 헌법개정을 요하는 문제라고 할 수 없다”며 “행정수도이전정책 역시 국민투표를 요하는 사안이라고 볼 수 없어 헌법소원은 이유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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