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산 김석진(71)의 50년 주역연구가 결실을 보았다. 그의 주역강의를 3권으로 정리한 「대산 주역강의」가 한길사에서 출간된 것이다. 본문을 그대로 직역한 것이 아니라 강의내용을 알기쉽게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한문세대가 아닌 독자들도 이해하기가 쉽다.충청도 논산 태생의 대산이 주역학을 배우기로 작정한 것은 그의 나이 19세 때. 조부께서 늘 말씀하시던 「인기아취」를 깊이 새기고 한학에 한창 몰두하던 때였다. 「인기아취」란 「다른 사람이 버릴 때 나는 취한다」라는 뜻. 당시 서양학이 극성을 부리면서 동양 전통사상이 천시를 받고 있던 터에 대산이 주역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조부의 가르침이 큰 힘이 되었다.
문자를 사용하지 않던 시대인 5,000년전의 복희씨가 괘·효라 하는 부호를 그려놓고 이로써 정치·경제의 수단으로 삼았다. 문자를 사용하는 시대에 접어든 3,000년전에 주나라의 문왕과 주공이 괘와 효에 대한 설명을 붙여 만들어진 게 바로 「역경」이다. 춘추전국시대에 공자가 다시 열가지 해설전인 「십익」을 붙여 집대성했는데, 이것이 바로 「주역」이다. 「주역」은 동양의 네 성인이 만든 합작품인 것이다.
「주역」은 때를 따르면서도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의미인 수시변역의 학문.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올바른 방법을 제시하고, 그것을 올바른 마음가짐으로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시중(時中)의 철학이라고도 한다. 놀라운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주역」은 사물의 이치를 깨우칠 수 있는 큰 즐거움을 안겨주는 학문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