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투기장 전락 선물ㆍ옵션시장

선물ㆍ옵션시장은 화려한 겉 모습에도 불구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선물ㆍ옵션 시장의 외형을 살펴보면 실로 화려하다. 거래 계약수 기준으로 코스피200 옵션시장은 세계 1위 시장이고 코스피200 선물은 세계 4위의 시장이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물ㆍ옵션시장은 놀랄만한 발전을 이뤄낸 것이다.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 감춰진 속 모습은 그리 밝지 못하다. 선물ㆍ옵션 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고 투기적인 거래가 만연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급기야 금융감독원은 사상 처음으로 선물ㆍ옵션 업무와 관련해 1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지난 10일부터 기획검사에 착수했다. 금융감독원의 지적처럼 국내 선물ㆍ옵션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지나치게 높다. 지난 5월 기준으로 선물시장에서 개인들의 비중은 60%, 옵션시장 비중은 55%에 달한다. 하지만 막연히 선물ㆍ옵션시장의 개인비중이 높아 투기적인 거래가 판을 친다고 우려하기 전에 개인들이 왜 선물ㆍ옵션시장으로 몰리는 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국내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불투명한 기업투명성을 들 수 있다. 기업들의 불투명한 회계관리와 높은 변동성으로 종목 선택에 어려움을 느낀 개인들이 단순히 지수에 대한 예측만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선물ㆍ옵션으로 관심을 돌렸다는 얘기다. 또 증권ㆍ투신 등 기관들이 선물ㆍ옵션 분야에서 제 역할을 못해 개인들을 직접 시장으로 내몬 책임도 있다. 기관들이 제한된 차익거래에만 치중하고 개인들의 구미를 당길 선물ㆍ옵션 관련 상품 개발에는 등한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한 선물ㆍ옵션시장의 투기장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선물ㆍ옵션 관련 상품을 만들어 개인들의 자금을 간접투자로 이끌어 전체적인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현물시장보다 더 커진 선물ㆍ옵션시장에 대한 기관들의 무관심과 역량 부족이 수 많은 개인들을 직접 시장에 뛰어들게 했음을 명심해야 한다. <이재용기자(증권부)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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