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 변명할 필요 있겠습니까. 겸손하게 '잘못했습니다'라고 반성해야죠."
최수현(사진) 금융감독원장은 일요일인 9일에도 오전7시15분에 자택을 나섰다. 지난해 취임 이후 1년 가까이 그는 주말 일찍 출근을 했다.
최근에는 카드사 정보 유출로 금융 당국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설날 연휴에도 아침부터 서울 여의도 금감원을 비우지 못했다. 토요일에도 출근하는 최 원장은 최근 금감원 직원들이 격무로 시달린다는 하소연을 듣고서야 직원들의 토요일 출근을 만류하고 있다.
올 초부터 금감원은 카드사 정보 유출로 위기에 서 있다. 여론은 금융 당국이 사태를 안이하게 바라봤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9일 아침 서울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카드사 정보 유출사태 초기부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을 주문했다"면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최 원장은 오는 13일부터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카드사 정보 유출사태에 대한 국정조사를 받는다. 이미 민주당 등 야당에서는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함께 최 원장의 퇴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동양사태로 국회에서 한 차례 사퇴론에 휩싸였던 그가 또다시 정치권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면서 "국회에서 솔직하게 가감 없이 이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실무진은 카드사 정보 유출사고를 감지한 검찰의 협조도 부실했고 이미 있던 규정을 카드사들이 지키지 않은 잘못을 금감원이 모두 떠안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대책 중 텔레마케터 영업정지 등은 금감원이 반대한 사안이지만 금융위가 강행했다 철회하는 소동을 빚었다.
이에 대해 최 원장은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해봐야 국민 앞에 통하지 않는다"면서 "국정조사를 성실히 받고 반성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최 원장이 취임한 후 금융계 사고는 끊임없이 터졌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짐을 보였던 동양그룹의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의혹은 지난해 9월30일 동양그룹 계열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후 현재까지 진행형이다.
동양증권은 모두 4만9,500여명이 넘는 개인투자자에게 1조5,700억여원어치의 동양그룹 계열사 CP를 팔았다. 피해자가 금감원에 접수한 분쟁조정신청은 1만8,400여건이고 인원은 1만8,500여명이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 사태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감사원의 감사를 받고 있다. 최근 여론의 관심은 잦아들었지만 최 원장이 요즘도 매일 동양사태 관련 회의를 챙기는 이유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감원이 잘못한 일도 많지만 사고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점은 인정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