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주의는 어떤 모습일까』상당수 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은 자유방임 경제시스템, 세계화에 따른 정부기능의 약화로 대표되는 앵글로 색슨식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경제 월간지 「유로 머니」는 최근호에서 이같은 주장이 허상에 가까운 것이며 오히려 정부의 역할이 증대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따른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사회불안정에 대한 대규모 재정지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선진국이나 신흥시장 국가 모두 정부역할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극심한 외환·금융위기를 겪었던 아시아, 중남미, 러시아는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대응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이 위기를 부른 최대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감독능력 부족이 결국 급격한 금융 세계화에 의한 헤지 펀드 등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 실제로 정부가 외국인 직접투자를 이끌어낼 여러가지 제도와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한 채 기업들에게 일방적으로 맡기다보니 이미 포화단계에 들어선 산업에 과잉투자가 발생,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시드니 대학의 린다 와이스 교수는 『한국의 경우 경제위기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에 의해서라기보다 경제전반을 다루는 정부기관의 능력이 약화된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구조조정 등 세계화에 따른 경제틀의 변화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선진국들도 민영화와 구조조정의 부산물인 고실업 사태해결에 막대한 비용을 쏟고 있다. 사회안정에 상당한 재정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세입 가운데 사회보장에 지출되는 비율은 국내총생산대비(GDP) 30~50%로 대단히 높다.
유명한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선진국 정부의 역할이 통제(CONTROL)에서 영향력(INFLUENCE)로 바뀌고 있다』며 『환경문제나 인터넷 같은 새로운 사회이슈를 시장에만 맡길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미래의 자본주의는 혼합형태= 런던 스쿨 오브 이코노미(LSE)의 존 그레이 교수는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인 자유시장(FREE MARKET)은 강력한 정부의 산물이다』고 강조한다. 세계적 차원의 자유시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를 가진 국가가 많아야한다는 것이다.
21세기에 국가가 국내외에서 받을 경제적 압력은 이전과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가 세분화되면서 각종 이익집단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고 세계화에 따른 새로운 외적 변수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그레이는『21세기 자본주의의 모습은 현재 미국시장의 변형(變形)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미국식 모델을 각국에 단순히 접목하는 수준이 아니라각기 다른 자국 스타일을 기반으로한 자본주의 모델이 새로이 만들어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레이는 미국식 자유방임 시장 스타일을 급조했던 러시아가 지지부진한 반면 정경분리 원칙을 지키며 주체적 스타일로 시장경제를 도입한 중국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점을 구체적인 사례로 지적했다.
/최인철 기자 MICHEL@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