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ㆍ구리는 물론 원당ㆍ커피까지 가격이 폭등하며 물가불안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자칫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앞두고 나타났던 원자재발 물가불안이 또 한번 현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 하반기 배추가격 폭등으로 시작된 생활물가 불안이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뜩이나 불안한 내년물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21일 배럴당 90.31달러를 기록, 2008년 9월 이후 처음으로 90달러선을 다시 돌파했다. 두바이유는 올해 최저치인 5월의 68.28달러에 비해 32.3%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도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배럴당 89.92달러에 거래되며 2008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실물경기 흐름을 가장 잘 반영한다는 구리 가격(3개월 선물)은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1일 톤당 9,365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구리 가격은 올 하반기 45%나 솟구치며 주요 원자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21일 현재 톤당 2,245달러인 알루미늄 가격은 내년에 2,5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원당(3개월 선물)이 파운드당 33.5센트로 3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는 등 식품원자재까지 유례없는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며 국내 물가불안 심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당장 지난주 무연 보통휘발유의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1,767원60전으로 2008년 8월 둘째 주 이후 가장 높았다. 여기에 22일 CJ제일제당이 설탕 가격을 9.7% 인상하고 식품업계가 밀가루ㆍ라면ㆍ음료수 가격 인상을 저울질하는 등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도미노 가격인상이 예고돼 있다. 물가불안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며 정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1일 경북 경주에서 전국 지방자치단체 물가담당 공무원 150명을 대상으로 예년보다 5배 이상 큰 대규모 정부 물가 워크숍을 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전국 16개 광역단체 지역물가를 인터넷 생활필수품 가격정보 코너 ‘T-Gate’에 22일 처음 공개하는 등 물가안정책을 서둘러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 공공요금 단속만으로는 근본적인 물가안정을 꾀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정부도 뾰족한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수레만 요란할 뿐이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내년 국내 물가는 성장세 지속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으로 올해보다 높아질 것”이라며 “근원물가 역시 성장세 지속에 따른 총수요 압력확대가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