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8월31일] 폴란드 자유노조 '연대'

박민수 <편집위원>

폴란드 자유노조 ‘연대’ 남성의 전유물인 수염은 저항의 또 다른 표현이다. 19세기 초 서양에서는 수염이 앙시앵레짐(구체제)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을 상징했다. 그래서 독일 일부 지역에서는 수염을 아예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수염이 지닌 저항의 의미는 20세기에도 이어져 카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레온 트로츠키, 니콜라이 레닌, 체 게바라, 호치민 등 사회 변혁을 꿈꿨던 좌파 지도자들은 대부분 수염을 길렀다. 폴란드 최초의 자유노조인 ‘연대(Solidarity)’의 전국위원회 의장으로 후에 폴란드 대통령까지 된 레흐 바웬사도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1980년 7월 폴란드에서는 경제정책 실패로 국민들의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육류 가격마저 인상되자 노동자들의 파업이 전국을 휩쓸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노동자들의 파업은 명확한 정치적 프로그램 부재로 와해될 위기에 처했다. 이때 파업을 지속적인 노동운동으로 전환시킨 인물이 바로 전기공 바웬사였다. 이미 1970년 불법파업을 주도했던 바웬사는 당시 그다니스크 레닌 조선소에서 해고된 상태였다. 1980년 8월14일 조선소 담을 넘어 진입한 바웬사는 파업위원장에 선출됐다. 사태수습에 나선 정부는 바웬사의 요구를 수용했지만 다른 지역 노동자들까지 바웬사를 지지함에 따라 바웬사는 그해 8월17일 그다니스크ㆍ소포트ㆍ그디니아 등 3개 지역의 연합파업위원장이 됐다. 바웬사는 정부에 파업권 승인과 자주관리노조 설립, 검열 완화, 표현의 자유 등 16개 항목을 요구했다. 정부는 마침내 1980년 8월31일 연합노조 '연대'의 결성을 승인하는 합의서에 조인했다. 그다니스크의 레닌 조선소에서 제1부총리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와 바웬사 간에 자유노조 설립과 파업을 보장하는 합의협정서가 이날 조인됨으로써 폴란드 전역에서 전개된 노동자 파업도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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