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韓中日 바둑영웅전] 벼랑끝에 세운다

제4보(68~82)


백68로 흑진의 턱밑까지 육박한 것은 조훈현류. 그는 일본유학에서 돌아온 지 30년이 지났건만 일본어를 아주 유창하게 잘하며 일본어를 사용하는 시간을 무척 즐거워한다. 하기야 10살부터 20살까지의 10년을 일본에서 지냈으니 일본말에 향수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가 최근에도 자주 쓰는 일본말 가운데 ‘잇빠이’가 있다. 최대한으로 버틴다는 뜻인데 백68이 그것에 해당한다. 조훈현은 느슨한 모든 수를 생리적으로 싫어하며 조화니 균형이니 하는 말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는 자기의 돌들을 벼랑끝에 세운다. 그리고 자기의 돌에 기묘한 마술을 걸어 기적적인 활력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가끔은 속절없이 절명시키기도 하지만…. 왕레이는 절호의 공격 목표가 생겼으니 신이 날 수밖에. 지체없이 69로 배후를 차단하고 본다. 이래서 험악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몸싸움은 조훈현의 전공 분야. 70으로 무조건 쳐들어가고 왕레이가 71에서 75로 틀어막자 또 거칠게 76으로 부딪쳐갔는데…. 원래 이 싸움은 백이 다소 무리한 것이었다. 흑의 세력이 강한 지역이므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힘든 형편이었다. 그러나 조훈현은 왕레이가 실수를 범해 줄 것을 예측하고 있었던 것 같다. 흑81이 실수. 무조건 참고도의 흑1로 올라섰어야 했다. 백2면 흑3 이하 7로 그만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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