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블로그와 기업경영

지금 미국ㆍ일본 등에서는 신종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블로그’ 열풍이 한창이다. 이라크전, 지진해일, 허리케인 카트리나 참사 등에서 차별화된 ‘1인 미디어’로서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블로그는 지난 2004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전에서 하워드 딘이라는 블로그 정치 스타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라이브도어의 최고경영자(CEO) 호리에 타카후미의 개인 블로그가 인기를 끌며 블로그가 2005년 상반기 화제단어에 랭크되는 등 이제 블로그는 정보세계만의 이슈가 아닌 정치ㆍ사회ㆍ문화 전반의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블로그를 외면할 수 없는 이유(포천)’ ‘블로그가 당신의 사업을 변화시킨다(비즈니스위크)’ 등 최근 유력지의 표제어가 시사하듯 이제는 선진기업들도 블로그라는 새로운 인터넷 미디어를 비즈니스 기회로 활용할 가능성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일본에서는 ‘블로그 자본주의’라는 다소 강한 표현까지 등장하며 블로그의 경영적 활용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블로그의 ‘파괴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한마디로 블로그는 정보 접근성과 정보의 깊이를 더한 ‘리치 앤드 리치(Reach and Rich)’ 미디어다. 블로그는 기존의 어떤 매체보다도 쉽고 저렴하다. 이미 인터넷을 활용 중인 기업이라면 어렵지 않게 구축, 관리할 수 있다. 또한 블로그는 조직 내외부의 신선한 시각이나 견해를 모으고 조직화해 지식을 창출하고 결과적으로 기업 활동의 유효성을 증진시키는 데 유용한 수단이다. 또한 그 어떤 정보 채널보다도 가공, 왜곡되지 않은 지식을 소통시킴으로써 정보의 ‘신선도’를 제고할 수 있다. 이렇듯 잠재력이 큰 블로그를 활용해 경영의 질까지 변화시킨 성공 사례로는 소프트웨어 제작사인 매크로미디어사를 들 수 있다. 매크로미디어는 여타 기업과 마찬가지로 폐쇄적인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유지하고 인터넷은 단지 고객에 대한 정보제공 채널로만 생각하던 기업이다. 그러나 곧 블로그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해 50~60개의 사내 블로그를 설치, 외부에 개방함으로써 초기 단계에서부터 고객의 견해와 평가를 적극 수용하는 프로세스로 전환했고 그 결과 브랜드 가치 제고와 실적 향상은 물론, 기업문화 자체도 보다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바뀔 수 있었다고 한다. 한편 전면적 활용은 아니지만 블로그의 네트워킹 능력을 십분 활용한 성공 사례도 있다. 로버트 스코블이 운영하는 개인 블로그 ‘스코블라이저’가 그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대고객 관계 제고 방안을 모색하던 중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저명한 블로거였던 스코블을 전격 스카우트했고 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 전도사’로서 신기술, 신사업, 업계 내 다른 기업들의 전략 등을 솔직하게 평가하고 기타 서적이나 기사, 회의 자료, 심지어 자신이 즐기는 음식, 와인에 대한 감상까지 올려놓는 등 일반 블로거들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함으로써 ‘인간의 얼굴을 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물론 그 밖에도 블로그 자체를 사업 모델에 접목한 기업에서부터 쌍방향 마케팅에 활용한 기업, CEO의 개인 소통 채널로 적용한 기업에 이르기까지 블로그의 적용 범위는 매우 광범위하다. 하지만 모든 경영 도구와 마찬가지로 블로그 또한 갖춰놓기만 하고 활용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과 같다. 과거의 여러 경영 기법이나 정보통신기술들과 마찬가지로 블로그 역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 한때 고객관계관리(CRM)나 지식경영을 앞다퉈 채택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지만 성공 사례만큼이나 실패 사례가 많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2003년 인터넷상에 존재하는 블로그 중 60%가량이 방치되거나 폐쇄된 상태라는 페르세우스디벨롭먼트주식회사(Perseus Development Corp.)의 조사결과는 블로그의 폭발적 확산의 이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더 나아가 준비되지 않은 기업이나 체질에 맞지 않는 기업에 블로그가 도입될 경우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도 있다. 기업 내 블로그 도입은 작게는 기업 내 정보의 위계질서를 재편해 분권화를 허용하는 것과 같고 크게 보면 기업문화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과도 같은 노력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또 ‘판도라의 상자’와 같이 일단 열면 통제가 불가능한 매체 특성상 정보 유출, 내부 고발 증가와 같은 역기능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실패담, 핵심 기밀, 진행 중인 프로젝트, 신사업 아이디어와 같이 감추고 싶고 혼자 알고 싶은 내용일수록 더 나누고 싶은 이야깃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앞에 한발 다가선 블로그는 비유하건대 ‘타오르는 불’과 같다. 잘못된 활용은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오지만 명확한 목표 의식하에서 충실히 활용할 경우 그 어떤 경영 도구보다 강력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맹목적인 기대나 무조건적 외면에 앞서 비판적 합리성을 갖고 받아들이려는 우리 기업들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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