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특파원 칼럼] MF글로벌의 교훈


선물거래 중개회사인 MF글로벌의 파산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주 말에는 존 코자인 회장이 공식적으로 사임했다. 파산한 기업의 CEO가 경영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수순으로 큰 관심을 가질만한 사안은 아니었지만 그의 퇴임성명에서 1,210만달러(135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포기하겠다고 한 대목은 유독 눈길을 끌었다. 골드만삭스 CEO, 상원의원, 뉴저지 주지사로 이어지는 화려한 경력의 그가 이 회사를 맡은 게 지난해 3월. 유로존의 국채에 대한 과도한 베팅으로 회사를 거덜내기까지는 불과 1년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는 성장과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기꺼이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며 자기자본 1달러당 40달러에 해당하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켰고 결국 이것이 화근이 됐다. 그런 그가 천문학적인 퇴직금을 받을 수 있었다니…. 코자인은 이 회사를 맡을 때 사이닝 보너스와 연봉으로 각각 150만달러씩을 받기로 했다. 여기에 1,100만달러의 스톡옵션을 별도로 책정했다. 그리고 회사매각 등으로 퇴직할 경우 1,210만달러의 퇴직금을 별도로 받기로 계약했다. 코자인이 파산신청 바로 직전까지 회사매각을 위해 안간힘을 쓴 것도 자신의 이익과 직결된 것 때문이 아닐까. 일반인들의 눈에 터무니없어 보이지만 월가와 미국 기업에서는 CEO에 대한 막대한 보수는 상식이다. 11개월 동안 휴렛팩커드의 최고경영자를 역임하다 지난 9월 물러난 레오 아포테커 역시 퇴직금으로 1,320만달러를 챙겼다. 또 지난 6월 벤 버냉키 FRB 의장을 앞에 두고 금융규제를 공박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지난해 2,080만달러의 보수를 받았다. 미국의 금융산업은 레이건 정부시절이던 1980년대 이후 규제완화에 힘입어 급속하게 성장해왔고 과도한 보상으로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단적인 예로 1987년 '정크본드의 제왕'으로 불렸던 마이클 밀컨의 연봉은 무려 5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그는 당시 증권사 부장급이었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 개혁법 등을 통해 과도한 보수에 대한 제어 등 규제가 강화되자 월가의 대형금융회사들은 과도한 규제가 경제 성장을 저해하고 일자리를 줄이게 될 것이라 강변하며 무력화를 위해 온갖 로비를 다해왔다. 반면 금융권의 탐욕을 규탄하는 '반(反) 월가 시위'에 대해서는 세상 물정 모르는 '루저(loser)'들의 한풀이 정도로 치부하며 외면해왔다. 금융회사들의 제어되지 않는 탐욕이 세계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글로벌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이번 MF글로벌 사태는 여실히 보여준다. 워싱턴과 월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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