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50달러대로 치솟으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일어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으로 한국은행이 분석했다. 한은은 그러나 내년 유가가 30달러대 중반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내년 중 유가가 배럴당 평균 50달러대로 올라갈 경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대로 떨어지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5% 내외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가가 50달러대에 이르면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반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중국과 인도 등의 경제 성장세 확대로 석유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추가 생산여력이 세계 수요의 1∼2%에 불과한 100만∼150만배럴에 그쳐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으로 유가가 40달러 내외에서 등락하다가 내년에는 30달러대 중반 수준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통화ㆍ재정ㆍ환율 등 거시정책을 적절하게 추진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한은은 유가가 45달러 내외로 다시 상승, 올해 말까지 같은 수준을 유지하다 내년에 35달러 정도에서 안정되면 올해와 내년 중 GDP 성장률은 4%대 중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유가가 내년에 45달러 수준을 유지해도 내년 중 GDP 성장률은 3%대 후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4%대 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이와 함께 과거에는 유가급등에 대해 확장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 인플레이션을 가속시켰지만 현재 통화정책은 중기 물가안정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고 유가급등의 물가 파급효과가 제한적이어서 영향이 줄었다고 말했다.
한은은 아울러 에너지소비에서 차지하는 석유 비중이 지난 80년 61.1%에서 2003년 47.6%로 줄었고 GDP 100만원당 석유소비량도 79년 0.23톤에서 2003년 0.15톤으로 감소하는 등 에너지 효율성이 향상돼 유가상승의 충격이 과거보다 크지 않다고 밝혔다.
권홍우기자 hongw@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