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한국은행의 영문 약자)발 쇼크’로 또 한번 외환시장이 출렁거렸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 박승 한은 총재와의 인터뷰 기사에서 “한은이 외환시장에 더이상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하자 19일 뉴욕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한때 900원대로 급락했다. 한은이 FT의 보도내용이 ‘와전된 것’이며 언제든지 시장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명하면서 장중 한때 급전직하하던 환율은 전날보다 20전 떨어진 1,005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외환당국은 10억달러에 달하는 실탄을 쏟아 붓는 불필요한 ‘출혈’을 감수해야만 했다. ◇FT ‘한은 외환시장 개입중단’=FT는 박 총재와 18일 오전10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인터뷰를 가진 뒤 인터넷판 긴급뉴스로 “박 총재가 더이상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S.Korea rule out further currency intervention)”며 “달러자산에 대한 수요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could hit demand for dollar assets)”고 보도했다. FT 기사가 나오자마자 CNBC도 이를 긴급뉴스로 보도했다. 5시간 뒤 한은은 인터뷰 내용을 부인하며 “투기자금이 유입될 경우 적극 대처할 것”이라면서 진화에 나섰다. 사연인 즉 박 총재 발언이 통역관에 의해 “더이상 외환보유액을 늘리지 않겠다(we will not increase reserves)”고 잘못 전달됐다는 것. 인터뷰에 배석한 실무자들은 즉시 “경상수지가 더이상 흑자기조를 유지하기 힘들고 외국인의 투자도 예전만 못할 것 같으니 외환보유액이 더 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do not anticapate increase)”고 수정했다. FT는 부분적으로 내용을 반영한 채 ‘외환시장 개입중단’ 기사를 그대로 타전한 것이다. ◇원ㆍ달러 환율 곧장 900원대로 급락=외환시장은 FT에 보도된 박 총재의 발언을 이내 사실로 받아들였다. FT의 보도가 나간 뒤 뉴욕시장에서 원ㆍ달러 선물환은 한때 996원으로 급락, 전날 국내 외환시장 폐장가보다 9원 가까이 떨어졌다. 19일 국내 외환시장에서도 원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원70전 급락한 999원50전으로 추락했지만 한은이 보도해명에 나서면서 이내 안정세를 보였다. 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외환시장이 급변하면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을 하는 등 외환시장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며 “외환보유액 문제와는 무관하다”고 밝히면서 외신소동 진화를 거들었다. 재경부와 한은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외환시장은 지난 2월 ‘BOK 쇼크’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IR 한번에 5억달러 날려(?)=한은은 평소 개별적인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켜온 박 총재가 FT와 인터뷰를 가진 데 대해 “일부 편파적인 외신보도로 외국인투자가들이 불안감을 갖게 된 상황을 고치기 위해 IR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2월 블룸버그가 한은의 ‘보유외환 투자 다변화’라는 국회 업무보고를 확대 해석해 외환시장이 쇼크상태에 빠진 데 이어 최근 FT스가 ‘5%룰’에 대해 악의적인 보도를 해왔다. 그러나 결과만 보면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인 꼴이 됐다. 그러나 FT가 한은 총재의 인터뷰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보도함으로써 외신의 잇따른 왜곡 및 확대보도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이날 정부는 환율급락을 막기 위해 1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