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한중 FTA, 바로 알기부터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난 지도 5개월이 지났다. 그의 죽음으로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는 더 이상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으로 대중에 영감을 불어넣는 그만의 탁월한 프레젠테이션을 볼 수 없게 됐다는 점이다. 휴대폰 업계의 후발주자였던 애플을 일약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만든 것은 스티브 잡스라는 위대한 홍보의 달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자유무역협정(FTA)도 홍보가 중요하다. 오는 15일 발효되는 한미 FTA는 지난 2006년 6월 협상을 개시해 2007년 6월, 13개월 만에 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협정이 발효되기까지 한-미 양국은 무려 4년 이상의 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양국 의회와 국민에게 FTA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지 알리고 설득하는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협상 초기부터 한미 FTA의 본질을 알리고 국민을 설득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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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의 교훈은 한중 FTA에 좋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 양국 간 무역규모, 성장 가능성, 민감 분야 등을 고려할 때 한중 FTA는 그간 맺은 그 어느 FTA보다 우리 산업과 국민생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달성한 세계 9번째 무역 1조달러도 전체 교역의 20%를 차지하는 중국의 역할이 컸으며 향후 우리 경제가 국민소득 3만달러, 무역 2조달러로 나아가는 데도 13억 중국 내수시장은 꼭 필요하다. 반면 농수산물 등 우리의 취약 분야는 한중 FTA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열린 마음과 자세로 협상 개시 전부터 '한중 FTA 바로 알기'에 나서야 한다. 어떤 분야가 혜택을 보고, 어떤 분야가 민감한지, 피해를 보는 산업과 계층에 대해서는 어떤 구조조정과 보완책이 마련돼야 하는지 등에 관해 종합적인 토론과 의견 수렴이 폭넓게 진행돼야 한다. 또한 이 모든 과정과 결과가 일반 국민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돼야 한다. 지난달 열린 한중 FTA 공청회처럼 이해관계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물리력을 동원해 공청회를 파행으로 만드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의 FTA 협상을 앞두고 한중 FTA 바로 알기와 소통전략 마련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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