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학자들은 크리스마스가 이미 기원전부터 유래됐다고 주장한다. 이교도들이 믿던 ‘태양의 아들 탄생일’인 12월25일이 4세기 로마의 기독교 공인과 함께 자연스럽게 ‘예수탄생일’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선말 개화기에 기독교가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크리스마스가 도입됐고 해방 이후 ‘국경일’로 지정되면서 종교를 떠나 전국민의 축제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연말 송년 분위기를 한껏 달궈주던 크리스마스 캐롤을 길거리 어디에서도, 라디오나 TV방송에서도 접하기가 어렵다. 경제가 어려운 탓이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즐거운 추억보다는 아픈 기억이 더 많다 보니 크리스마스까지 챙길 겨를이 없기 때문이리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실시된 여러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자. 지난 9월 한 백화점 연구소가 주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3%는 ‘올 크리스마스에는 선물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한 인터넷쇼핑업체가 최근 조사한 내용을 보면 응답자의 42.%는 ‘집에서 조용히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최악의 크리스마스로 37.2%가 선물을 받지 못하는 경우, 그 다음 28.7%는 집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꼽았다.
설문을 액면대로 믿는다면 올해 크리스마스는 우리 아이들에게 최악의 우울한 크리스마스가 될 모양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됐다. 경제성장률은 지칠 줄 모르고 떨어지고 있고 내년에도 경제가 나아질 조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개혁과 성장은 본디 태생부터 다릅니다. 대통령은 개혁을 역사적인 과제로 보고 있기 때문에 참여정부하에서 성장을 기대해서는 안됩니다.” 대통령의 인품과 가치관에 대해 잘 안다고 자부하는 지인이 사석에서 했던 말이다.
우리 사회가 보수와 개혁의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경제정책 역시 개혁과 성장 사이에서 방황한 2년 동안 ‘민초의 삶’은 더욱 고단해졌다.
참여정부에 타산지석(他山之石)이 될 이솝우화 ‘바람과 해님’ 얘기를 소개하고 싶다. 바람이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신사는 코트 옷깃을 더욱 움켜쥐었지만 해님은 따스한 볕을 비춤으로써 손쉽게 신사의 코트를 벗겼다.
올해는 틀렸으니 내년 크리스마스 때는 애들 휴대폰도 새 것으로 바꿔주고 ‘호두까기인형’도 함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