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대권을 잡아라 선택2002] 대통령의 7가지 기준

[기고] 이선우(한국방송통신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2년여 전, 학교 일로 지방에 내려가는 차안에서 우스개 소리를 잘 하시는 교수님 한 분이 우리 나라에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쌍 기억으로 시작하는 외자 일곱 개'로 찾아내 보라는 농담을 건네셨다. '꿈, 꾀, 깡, 꾼, 끈, 끼, 꼴' 일곱 개를 찾고 보니 인생의 성공조건이기도 하겠지만, 지도자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기도 함을 느꼈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우선, 대통령은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은 비전이다. 한 나라를 이끌어 갈 지도자는 최소 10년에서 최대 100년 후의 국가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5년 임기 내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허황함 보다 초석을 놓겠다는 소박한 꿈을 국민들은 바란다. 두 번째는 '꾀'다. 꾀는 전략이고 기획력이다. 아무리 좋은 꿈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 꿈을 구체화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획력을 갖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IMF의 어려움을 잘 극복하였다고 자부하는 현 정부도 행정개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지 못한 이유가 출범초기의 원대한 포부를 구체화하여 줄 국정운영프로그램을 개발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즉, 전략적 기획력이 부재하였다. 세 번째는 '깡'이다. 깡은 추진력이다. 새로운 일을 추진하는데는 많은 저항이 따르기 마련이다. 꿈이 확실하고, 꾀가 있다면, 그 많은 저항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깡이 필요하다. 깡은 오만함과는 다르다. 비판과 비평을 겸허하게 수용하나, 합의가 이루어진 비전과 계획은 무섭게 실천에 옮기는 추진력이다. 네 번째는 '꾼'이다. 꾼은 전문성이다. 아무리 강한 추진력이 있다하더라도, 전문성이 없다면 저항하는 집단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을 갖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책결정의 전문성이다. 제기된 문제의 성격을 파악하고, 대안을 탐색하고 평가하여 최선의 현실성있는 대안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때, 국무총리를 비롯한 장관 이하의 공무원들이 졸속으로 정책을 만들지는 못할 것이다. 다섯 번째는 '끈'이다. 끈은 인맥(network)이다. 대통령의 전문성은 혼자 힘만으론 만들어질 수 없다. 적재적소에서 도와 줄 수 있는 많은 사람들, 그러나 능력을 검증 받은(또는 받기에 충분한) 사람들을 대통령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풍부한 인력풀(pool)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통령의 인사는 고도의 정치적 정책결정을 필요로 한다. 그 결정은 항상 공익(公益)과 함께 한다. 그리고, 대통령의 꿈은 공익이란 이름으로 포장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맥은 대통령의 꿈을 팔아 줄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한다. 여섯 번째는 '끼'다. 끼는 친화력이고 협상력이다. 대통령은 일류 배우가 되어야 한다. 국가업무를 수행하는데 불만이 없을 수 없고, 반대가 없을 수 없다. 불만과 반대하는 사람들을 적으로 간주하지 않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함께 아울러 나갈 때 나라는 평온하여지고 부강하여진다. 일곱 번째는 '꼴'이다. 꼴은 얼굴이다. 잘 생긴 얼굴보다는 반듯한 마음을 말한다. 얼굴이 못생기면 성형수술이라도 할 수 있지만, 마음이 못생기면 수술도 불가능하다. 때묻지 않은 산소같은 마음이 아니라 최소한의 양심을 지킬 줄 아는 마음을 의미한다. 모 교수님은 우리 나라의 문화를 다소 부패한 문화라고 주장하셨다. 그래서, 부패에 무감각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반듯한 마음의 꼴은 더욱 필요한 것이다. 2002년 대선후보들 중 누가 이런 '일곱 가지 쌍 기억의 외자'들을 가지고 있는지 검증하여 보는 것도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유권자들의 '꼴'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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