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힘이 있으면 언젠가는 꺾는다

안공혁 <손해보험협회 회장>

미국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시행착오적인 개혁제도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금주법’을 꼽는다. 금주법은 지난 20년 정부가 국민들의 ‘술 마시는 못된 버릇’을 단번에 고치려고 술의 ▦제조 ▦유통 ▦판매를 금지한 법이다. 그러나 금주법이 시행된 후 밀주제조가 성행하며 알카포네 같은 갱단이 활개치게 됐고 술을 끊을 수 없었던 남자들은 불법으로 만든 독주에 길들여져 알코올중독자가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금주법은 여러 가지 폐단만을 남긴 채 13년 후에 부랴부랴 폐지됐다. 실천이 불가능한 것을 법으로 만들었다가 실패한 대표적인 사례다. 비슷한 경우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은행들의 ‘보험꺾기’를 들 수 있다. 보험꺾기란 은행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대출을 해주면서 강제로 보험에 가입하도록 권유하는 것을 말하는데 은행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도입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만기가 되면 원금에 이자까지 찾을 수 있는 적금과는 달리 보험은 만기가 돼도 원금의 일부를 찾지 못하는 것은 물론 보장성보험의 경우에는 원금을 돌려주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금전적 부담과 손해를 감수하며 씁쓸한 마음으로 어쩔 수 없이 가입하게 되는 것이 꺾기보험이다. 은행들도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강제로 보험을 판 것이 확인되면 해약과 함께 원금을 돌려주는 리콜제를 도입하는 등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피해를 신고하면 대출중단 등 불이익을 받을 것이 뻔한데 어느 누가 신고를 할 것이며 대출 한 달을 전후로 보험에 가입한 것을 ‘꺾기’로 간주한다는데 두 달 후에 가입하면 꺾기가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반문도 이어지고 있다. 며칠 전에는 금융감독원에 한 주부가 낸 민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편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면서 강제로 가입한 보험 때문에 힘들어하니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웃지 못할 일은 금감원 검사팀에서 사실 조사에 들어가자 보험에 가입한 남편이 “돌아가는 사정을 알기나 하느냐”며 부인을 나무랐고 남편의 의중을 눈치챈 부인이 더 이상의 진술을 거부해 조사가 끝났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방카슈랑스 제도와 관련된 논란을 지켜보면서 미국의 금주법이 생각나는 이유는 ‘철저한 단속’만으로 제도가 성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고 있고 보험꺾기가 단속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힘은 언젠가는 사용되는 것이 이치다. 그리고 그 힘은 단속이나 법으로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사람들의 윤리와 도덕으로 조절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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