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경제에 찬물 끼얹는 금통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어제 콜금리를 연 5.0%로 0.25%포인트 전격 인상했으나 굳이 이 시점에서 인상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상승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인플레이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고 금리인상 배경을 설명했지만 납득할 수 없다. 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 평균을 수년째 밑돌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에도 우리 경제가 세계 성장률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것도 그렇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로 정부의 목표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분이 하반기에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지만 국제유가가 뛴 것은 이미 지난해부터이고 그 후에도 물가에는 별 영향이 없다. 최근에는 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더구나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는 미국도 9개월째 금리를 동결했다. 한은은 콜금리 인상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의도인 것 같지만 물가불안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유동성은 별 문제가 안 된다. 유동성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집값이 뛸 때는 딴전을 피우다 이제 와서 유동성을 흡수한다며 잇달아 금리를 올리는 것은 전형적인 뒷북정책이다. 금리인상으로 경제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콜금리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던 주식시장은 상승세가 주춤해졌고 채권금리는 급등했다. 시중은행들은 가계대출금리를 올리겠다고 나섰다. 가계와 기업의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 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될 게 뻔하다. 원화환율도 큰 폭으로 뛰었다. 내수부진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이나마 유지될 수 있는 것은 그런 대로 수출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인데 금리인상으로 수출마저 어렵게 됐다. 콜금리 인상으로 원화강세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고 기업들은 가격경쟁력 하락과 채산성 악화로 더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더구나 국내의 높은 금리를 겨냥해 엔캐리 트레이드 등 핫머니가 유입될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정부는 단기외채를 막기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쓰고 있는데 한은은 금리를 올려 핫머니 유입을 촉진하는 엇박자를 놓고 있는 꼴이다. 한은의 이번 콜금리 인상은 긍정적 효과는 거의 없이 부작용만 키우는 악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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