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여론주도 과욕에 '불량' 서둘러 발표

■ 노동부 통계오류 왜 나왔나<br>비정규직 법안 처리위해 작년보다 50일 빨리 산출<br>"실무자 업무 실수" 불구 내부 검증시스템도 '구멍'

여론주도 과욕에 '불량' 서둘러 발표 ■ 노동부 통계오류 왜 나왔나비정규직 법안 처리위해 작년보다 50일 빨리 산출"실무자 업무 실수" 불구 내부 검증시스템도 '구멍'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 노동부가 하루 만에 비정규직 숫자 발표를 번복한 데는 실무자의 업무처리 실수, 내부검증 시스템 미비, 유리한 여론 선점을 위한 조바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노동계는 이번 통계 오류가 정부의 불순한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처럼 사태가 복잡해지고 있으나 노동부와 통계청은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단순 업무실수(?)=노동부는 27일 정오 브리핑을 통해 통계청에서 데이터 처리에 필수적인 '코드표'를 잘못 작성한 것이 이번 사건의 1차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박종철 노동부 근로기준국장은 "통계청이 건네준 숫자로만 된 원데이터는 특정 데이터를 구분할 수 없게 돼 있어 실수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서 원데이터를 건네주면서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를 구분해줘야 하는데 통계청이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노동부의 조사연구원이 혼선을 빚었다는 설명이다. 박 국장은 또 연구원이 오류를 지닌 코드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설문구조를 정확하기 인식하지 못해 설문 문항을 제대로 분류하지 못한 잘못을 시인했다. 또 공식 결과를 발표하기 전 관계기관과의 사전 협의, 전문가 검토 의뢰 등 데이터 검증과정을 소홀히 한 점도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통계청은 노동부의 이런 해명에 강하게 반발했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원데이터를 건네주면서 일일이 확인절차를 거쳤다"며 "정상적인 데이터 처리자라면 문제 없이 처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잘못된 자료 모두 믿어=노동부는 해마다 급증해온 비정규직이 잘못된 통계 처리로 올해 갑자기 줄어든 원인에 대해 내부에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혀 내부검증 시스템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냈다. 박 국장은 "(예상 외의 결과가 나왔지만) 통계치가 잘못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며 내부검증 시스템의 한계를 시인했다. 이날 브리핑 과정에서 김대환 장관은 통계청 자료를 노동부가 가공해 비정규직 규모를 산출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부 장관이 업무절차도 모른 채 실무진의 보고를 결재해 잘못된 정부 통계가 그대로 공표된 셈이다. 결국 노동부는 공식 발표 후에도 문제점을 알아차리지 못하다 통계청이 지난 26일 오후4시께 발표 숫자의 오류를 지적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문제를 확인하고 수정하는 소동을 벌였다. ◇조바심도 문제 키워=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조속히 처리되기를 희망해온 노동부 입장에서 지난 1년간의 비정규직 근로자 숫자 변화는 매우 중요한 데이터다. 노동계는 지난해 9월 입법예고 당시부터 정부가 제출한 비정규직 법안으로 오히려 비정규직 근로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노동계는 또 지난해 11월 초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결과를 자체 분석해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절반을 넘었다고 정부를 압박했다. 노동부는 비정규직 보호를 위해 법안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노동계와는 다른 잣대로 비정규직 규모를 산출해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중순 정규직 개념에 일부 임시ㆍ일용직을 포함시켜 비정규직이 전체 근로자의 40% 미만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노동부가 지난해보다 50일이나 빨리 비정규직 규모를 산출, 발표한 것은 노동계보다 앞서 비정규직 관련 여론을 주도하려는 '의욕'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의욕이 지나쳐 불량 통계를 만들고 국가 통계 신뢰도에도 먹칠을 하게 됐다. 민주노총은 이날 노동부의 번복 발표 직후 성명을 내 "의도적으로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해온 노동부의 불순한 의도"라며 정부를 비난했다. 김 장관은 그러나 "순전히 기술상의 부주의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며 "비정규직 규모를 축소하거나 왜곡시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입력시간 : 2005/10/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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