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고] 대법원장 선출 국민검증 강화를

현행 대법원장 임명 방식하에서는 국민이 대법원장이 어떤 인물인가를 충분히 알고 검증할 기회가 거의 없다. 국회 동의절차가 있지만 이것은 심도있는 토의 없이 투표만 하는 방식이다. 국민은 대법원장이 어떤 성향의 인물인지, 과거 경력에 비춰 볼때 적격자인지 여부를 판단할 기회는 거의 없다. 대통령이 대법원장 후보를 지명한 날로부터 국회 동의절차를 밟는 날까지 워낙 짧아 언론이나 시민단체의 논평 정도의 기회만 주어질 뿐이다.우리 역사상 존경받는 대법관으로 국민에게 기억되는 사람은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씨 등 손에 꼽을 정도다. 떠나는 대법원장, 신임 대법원장이나 현직 대법원 판사 이름을 제대로 아는 국민도 많지 않다. 이런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국민들이 사법부 수장이나 대법원 판사들이 누가 되든 무관심한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물어보지도 않고 반영할 기회조차 주지 않고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를 뽑는 우리의 시스템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본다. 미국은 대법원장·대법원 판사가 임명될 때 인사청문회를 거친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미국 국민들은 후보인물의 철학과 소신·인생관·도덕성과 자질을 철저하게 검증할 기회를 갖게 된다. 이러한 검증을 통과한 후보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신뢰감이 높아질 것이다. 미국은 보통시민들이 대법원 판사 9명의 이름, 그들이 내린 중대한 판결들, 그들의 프로필과 사상을 상식처럼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이것은 대법원에 보내는 국민들의 애정과 관심이 그만큼 각별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1991년 부시 대통령이 퇴임하는 최초의 흑인 대법원 판사 서굿 마셜의 후임자로 같은 흑인인 클래런스 토머스를 지명했을 때 개최된 상원의 인준 청문회는 미국민이 대법원 판사 한 명을 임명하는데 얼마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치고 그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잘 보여주는 예다. 토머스는 청문회에서 자신의 과거 경력과 철학, 도덕성과 자질 등에 관련된 큰 걸림돌을 만나게 된다. 토머스는 흑인으로 소수자 우대정책의 적용을 받아 예일법대를 졸업했는데도 그후 교육부나 고용기회균등위원회에 근무하면서 소수자 우대정책에 반대하고 차별 등 시민권 문제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다. 또 그는 과거 고용기회균등위원회에 근무했을 때 직원이었던 한 여성이 생방송으로 중계된 상원 청문회장에 나와 자신이 토머스한테서 성희롱당했다는 것을 폭로한 것이다. 이 때문에 유색인종민권운동단체(NAACP) 등 일부 시민권단체와 흑인그룹, 여성단체가 그의 인준에 반대했다. 그러나 흑인 우대가 의존심만 키우고 열등감을 느끼게 만들므로 실력을 향상시켜 경쟁사회에 적응, 근본적으로 차별을 제거하는 것이 그의 철학이라는 것이 밝혀져 상원 인준을 통과했다. 21세기가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국가 경영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21세기에 우리가 진정한 선진 강대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개혁의 손짓을 하고 있고 국민들은 사법 정의를 갈망하고 있다. 성숙한 시민사회가 될수록, 법치주의가 제대로 실현될수록 판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은 커진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사법부 수장을 뽑는데 국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물어보지 않은채 전근대적 방식으로 새천년을 여는 시대에 사법부의 수장을 뽑았다는 것은 개운치 않다. 이런 방식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앞으로 새로 임명할 대법원 판사는 제발 우리 국민에게 그들의 자질을 검증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쨌든 새로 뽑힌 대법원장은 우리 사법부가 정의를 수호할 수 있도록 이끌었으면 한다. -배금자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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